17번 공판, 재판부 4번째, 증인 20여 명 '기록적'
전두환 정권의 ‘조작 간첩 사건’으로 불리는 강희철 씨(48)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사건 재심 선고가 법원의 재심 결정 2년 9일 만인 오는 23일 제주지법에서 이뤄질 예정이어서 이 판결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재심 재판부인 제2형사부(재판장 박평균 부장판사)가 강 씨의 주장대로 ‘조작된 간첩 사건’임을 인정해 무죄를 선고할 지, ‘간첩 사건이 맞다’며 종전 대법원 확정 판결을 그대로 인용할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강 씨는 1986년 12월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제주지법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으며, 1987년 9월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돼 13년간 복역하다 1998년 8.15 특사로 가석방됐다.
당시 강 씨는 제주도내 관공서와 주요 기관 및 학교 등의 위치를 북한에 알려 간첩 활동을 했다는 혐의로 구속됐다.
2005년 9월 제주지법에 재심 청구를 한 강 씨는 “1986년 4월 경찰에 연행돼 85일 간 불법 구금됐고, 구타와 물고문 등을 받았다”고 밝혔었다.
이 사건은 재심 결정이 내려지기까지 7차례 심리기일이 진행됐고, 재심 결정 후 무려 17차례의 공판과 20여 명의 증인이 법정에 출석했다.
뿐만아니라 재판부가 4번이나 교체됐고, 담당검사도 7명이나 바뀌는 등의 기록을 남겼다.
재심 재판부는 강 씨에 대한 경찰의 불법연행 및 불법구금 여부와 당시 수사에 관여한 수사관 등의 증언, 그리고 경찰.검찰이 작성한 강 씨의 진술조서 등에 의해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강 씨가 수사기관이 작성한 진술조서에 대해 법정에서 부인하면 그 조서가 증거로 채택되지 않는다는 점, 증인들의(대부분 당시 수사관) 증언이 이 사건의 실체를 입증해야 하는 점, 증거가 제시돼야 한다는 점 등에 비춰볼 때 혐의 입증은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실제로, 강 씨는 고문에 의해 허위자백했다고 주장하고 있고, 이미 재심청구 재판에서 무죄 선고된 이른바 ‘조작간첩 사건’들이 고문에 의한 ‘허위 자백’이 증거였던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한편 제주지검은 최근 이 사건 결심 공판에서 (강 씨에 대해) 구형량은 제시하지 않고,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했다.
그만큼 이 사건에 대한 실체 입증이 힘겨웠던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결국 재판부가 억울함을 주장하는 강 씨의 손을 들어줄 지, 혐의를 인정하는 판결을 할지, 이 사건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지대한 관심사다.
만약 무죄가 선고되고, 그 판결이 확정될 경우 강 씨는 그 동안 간첩의 누명을 벗어 명예를 회복하게 되고, 억울한 수감생활에 대한 손해배상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제주 출신인 강 씨는 1975년 부친이 사는 일본 오사카에서 공부하기 위해 밀항으로 입국했다가 1981년 일본 경찰의 불심 검문에 걸려 한국으로 송환됐다.
이후 강 씨는 부산 보안수사대에서 수사를 받고 무혐의로 풀려났다.
그러나 1986년 4월 다시 제주경찰에 연행돼 85일 동안 불법 감금된 상태에서 수사를 받고 기소돼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13년간 복역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