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油價)가 배럴당 140달러를 위협하고 있다.
이미 130달러를 넘어서서 139달러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은 ‘석유 위기’라 표현할 단계는 아니다.
비록 유가는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지만 그와 병행해서 석유 수급(需給)에까지 차질을 빚어 경제 성장을 크게 왜곡시키는 데까지는 이르지 않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 ‘석유 위기’가 점차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설사 석유 수급면에서는 큰 쇼크가 없다 하더라도 유가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천정부지(天井不知)로 미친 듯이 뛰고 있으니 이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석유위기를 맞을 수가 있다.
하기야 고유가(高 油價)는 꼭 금년에만 일어난 일이 아니다.
지난 몇 년간 그것은 꾸준히 지속돼 왔다.
그런데 그것은 올해 들면서 벌어진 유가 상승폭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지난 2005년의 유가는 배럴당 50달러대였다.
이것이 그 후 2년간 매년 10달러대씩 올라 2007년에는 70달러 수준이었다. 이러한 유가가 올해 들면서 미치광이가 돼버렸다.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더니 급기야 139달러를 돌파했다. 지난해에 비해 갑절이 뛴 셈이다.
이 정도는 다행이다.
앞으로 배럴당 150달러 돌파에는 오랜 시일이 걸리지 않는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며 벌써부터 200달러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석유위기가 코앞이다.
이렇듯 석유위기가 다가오고 있는 데도 일반도민이나 각계각층사람들, 학생들에게 긴장감이나 위기감이 없다.
적어도 표면적으로 그렇게 느껴진다는 뜻이다.
그저 천연덕스럽기만 하다.
말로는 고유가를 열심히 걱정하면서도 이를 극복할 실천력이 도무지 보이지 않는다.
시내버스를 타 보면 저유가(低 油價)시대와 별로 달라진 게 없다.
에너지 절약을 위해 승용차를 세워 두고 버스로 몰리는 승객의 쏠림현상은 어디에도 없다.
큰길, 작은 길 가릴 것 없이 자가용 승용차의 홍수도 여전하다.
각 중-고교 입구의 교통 혼잡과 정체도 변함이 없다.
자녀들의 통학을, 버스가 아닌 승용차로 시키는 데서 오는 현상이다.
심지어 일반 가정의 전기-수도 절약도 1970년대의 1-2차 에너지 파동 때나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때에 비해 훨씬 못 미치고 있다는 여론이다.
다만 근년 들어 자전거 이용자가 다소 늘었지만 큰 변화는 없다.
간혹 에너지 절약운동을 실천하는 도민-공무원 등이 없는 것은 아니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석유위기를 피할 수 없게 될 제주도 등 행정기관의 대응책이 마뜩치가 않다.
그렇다고 해서 관계 대책회의를 열지 않는다든가,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가 아니다.
고유가와 고물가 대책회의 등을 수시로 열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에 관련된 장-중-단기(長-中-短期)계획들을 세운 것도 알고 있다.
회의와 계획들은 있는 데 이를 추진하고 실천하는 의지가 의심스럽다.
계획을 열 번 세우고 회의를 백번하면 무슨 소용인가. 결실을 맺지 못 하면 그것은 도로(徒勞)에 불과하다.
보도에 따르면 제주도가 장-중-단기 에너지 절약 대책을 세웠지만 장-중기 계획은 차치(且置)하고라도 단기계획조차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소식이다.
자전거-버스 이용 혹은 걸어서 출퇴근하기, 승용차 2부제 확대 시행, 자가용 휴식의 날 운영 등 아주 간단한 단기 계획조차 별무 효과라니 중-장기 계획이 어떻게 될 것인지는 충분히 짐작이 간다.
제주도가 단기계획이라도 제대로 성공시키려면 우선 고위층부터 수범을 보이라. 도지사도 공무 외(公務 外)의 사행(私行)에는 버스를 타라. 자전거를 타라. 걸어서 다니라. 시장들, 실-국장들, 과장들도 그렇게 하라. 아마 모든 공무원들이 즉각 따를 것이다.
공무원뿐이겠는가. 도민들에게도 반응이 매우 클 줄 안다.
그래서 그 효과는 많은 세금을 들여 떠드는 홍보보다 훨씬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