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시평] 중국 쓰촨성의 피해
[세평시평] 중국 쓰촨성의 피해
  • 제주타임스
  • 승인 2008.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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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噫吁戱 危乎高哉 蜀道之難 難於上靑天’ (아이쿠 ! 아찔하게 높고도 험하구나 ! 촉으로 가는 길 어렵고 푸른 하늘 오르기보다 더 어렵구나.) 시인 이백(李白)이 노래한 ‘촉도난(蜀道難)’의 첫 구절이다.

옛날 이백이 살았던 쓰촨(四川)성이 지진으로 도로가 끊기고 산이 무너져 대재앙에 휩싸였다.

 당나라 때 이백과 쌍벽을 이뤘던 시인 두보(杜甫)가 전란을 피해 5년간 기거하면서 200편 이상의 시를 남긴 ‘두보초당’도 피해를 입었다.

쓰촨성은 중국과 인도 사이에 위치해, 불교나 도교와 관련된 국보급 문화재가 많이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예로부터 수많은 영웅과 호걸, 문인들이 활약한 땅이기도 하다.

삼국지에 나오는 유비·관우·장비가 천하대업의 꿈을 품고 세웠던 촉한이 명멸했던 곳이기도 하다.

  이곳 난민촌에는 텐트 하나에 3~4가구 15~16명씩 들어가서, 모로 누워 새우잠을 청하고, 주식은 주로 컵라면이다.

매트리스가 없어 지푸라기가 깔린 바닥에서 잔다.

중국 정부는 30만개의 텐트를 설치했지만 1240여만 명이나 되는 피해자들을 수용하고 치료하기에 역부족이라고 실토한다.

그래서 텐트 300만개가 더 필요하다고 국제사회에 호소하고 나섰다.

한국에서도 구원의 손길을 뻗치고 있다.

신문마다 성금 모금 광고가 실려 독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으며, ‘한류스타’ 장나라도 팬클럽과 함께 기금을 모아 ‘나라희망학교’를 세운다고 밝혔다.

그는 지진 피해 복구를 위해 10만 위안을 중화자선총회에 기부하기도 했다.

 특히 우리가 염려하는 것은, 중국 정부가 관리해오던 65개소의 문화재와 쓰촨성이 관리해오던 119개소의 문화재, 그리고 각 지역 박물관에 보관해오던 문화재 841건이 파괴되거나 훼손됐다는 사실이다.

 진나라 때 촉군의 태수 이빙과 그 아들을 기리기 위해 만든 이왕묘가 있는 산기슭에 산사태가 나, 건축물들이 내려앉거나 담이 무너지고, 기울어지는 등 심각하게 파괴됐다.

또 청성산에 있는 도교 건축물도 지붕의 서까래가 무너지거나, 벽이 무너졌다.

촉한의 황제 유비와 그에게 ‘천하를 셋으로 나누는 계책(天下三分之計)’을 제안한 제갈량의 사당이 있는 청두 시내 무후사도 피해를 입었다.

일부 사당 건물들의 기와가 떨어지고 균열이 생겼다. 연중무휴로 개장했던 무후사가 문을 닫은 것은 문화혁명 이후 처음이다.

  물론 이백의 고택도 견뎌 내지를 못했다.

 이백의 유년과 청년기를  보낸 곳으로, 그의 묘소도 인근에 있다.

달을 좋아하고 술을 즐겼던 시인의 고택 입구 대문과 지붕은 지진으로  무너져 내렸고, 집 안에 전시돼 있던 당나라 시대 토기 등 소장품이 부서졌다.

그의 침실과 서재, 사랑방도 무너진 기와 더미가 수북이 쌓이면서 크게 훼손됐다.

이백에 대한 전설과 삽화는 유례가 없을 정도로 많다. 어머니가 금성이 품에 들어오는 태몽을 꾸었다고 해서 그 이름이 생겼다는 출생이야기부터, 흐르는 물에 비친 달그림자를 떠내려고 하다 물에 빠져 죽었다는 전설에 이르기까지, 이백이 장안에 있을 때 현종이 불렀는데 크게 취한 상태에서 환관 고역사(高力士)에게 신을 신기게 하며 즉석에서 시를 지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쓰촨성은 약 4500만년 전 인도판과 유라시아판의 충돌로 솟아오른 히말라야 산맥과 티베트 고원의 건너편에 위치했다.

지각판의 이동에 따른 에너지가 계속 쌓이고 있어, 지진 발생 가능성도 높은 편이다.

‘錦城雖云樂 不如早還家  蜀道之難 難於上靑天 側身西望常咨嗟’ (금성이 비록 좋다고 하나 집으로 돌아감만 못하고, 촉으로 가기 어려워 푸른 하늘 오르기보다 어려워라. 몸 추켜세우고 서쪽 바라보며 길게 탄식하네.) ‘촉도난’의 마지막 구절이다.

우리 모두 “우리는 다시 일어날 것입니다”라는 그들의 절규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김  관  후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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