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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가 한진그룹과 3개월간 끌어온 ‘제주워터 상표 분쟁’에서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어버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사실상 완패를 당했다는 평가다.
치밀한 사전 준비도 없이 달려들었다가 노련한 기업의 전술전략에 옴짝달싹 못하고 말려들었다는 것이다.
15일 도 상하수도 본부의 ‘제주워터 상표 분쟁관련 대응보고’에서 도의회 도시환경위원회가 지적한 바로는 그렇다.
도는 한진그룹 산하 ‘한국공항(주)’이 지난 2월11일 제주광천수를 ‘한진 제주워터’로 상표를 변경해 본격 시판에 나서자 ‘제주워터’ 상표 차단을 위해 한진과 협상을 벌여왔다.
그래서 3개월 협상결과 ‘한진 제주워터’ 상표 철회 및 사용금지, 향후 다른 기업이 ‘제주워터’ 표지를 사용할 경우 법적 행정적 조치강구, 제주도가 한진을 상대로 했던 각종 행정처분 및 가처분 사건을 취하한다는 등 5개항을 잠정합의 했다.
제주도가 한진의 교묘한 ‘제주워터’ 덧에 걸려 사실상 무장해제 당한 것이나 다름없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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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이 처음 제주도로부터 제주지하수 취수 허가를 받을 때 조건은 국내시판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대한항공 기내와 주한미군부대 공급이 조건이었다.
그런데도 한진은 이런 당초의 허가조건을 무시하고 최근 본격적인 시판에 나섰고 도는 이를 차단하기위해 법적 대응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제주의 지하수는 제주도민의 공공재이기 때문에 개인기업의 영리를 위해 시판을 허용해서는 아니 된다는 취지에서다.
이렇게 법적 투쟁도 불사하던 제주도가 ‘제주워터’라는 상표 때문에 제주지하수 보존 및 보호 의지를 던져버린 것이다.
지켜야 할 제주지하수의 공수 개념을 차버린 것이나 다름없다.
이와는 달리 한진은 ‘제주워터‘라는 상표대신에 사실상 제주광천수를 국내외에 시판할 권리를 획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혹 떼려다 더 큰 혹 붙인 꼴’이다. 협상안을 보면 그렇다고 제주도가 마음대로 ‘제주워터’ 상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너도 사용하지 못하고 나도 사용하지 않겠다”는 애매한 내용의 잠정합의문을 통해 한진은 제주지하수로 영리목적의 국내외 시판권을 따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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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어이없는 도당국의 대응으로 제주지하수를 개발 시판하는 제주개발공사의 제주삼다수 해외시장 공략에도 차질을 빚었다.
제주의 물산업을 선도하는 제주개발공사는 국내 최고의 먹는 샘물 브랜드 파워를 자랑하고 있는 제주삼다수의 해외 판매 상표로 ‘제주워터’를 유력하게 검토했었다.
제주의 청정 환경과 지역의 특성을 담아낼 글로벌 브랜드 파워로 제격이라고 여겨졌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번 한진과의 ‘제주워터’ 사용규제 합의로 이 상표를 사용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제주개발공사는 그래서 차선책으로 ‘제주 미네랄워터’를 대안 상표로 하여 해외 9개 국에 상표 출원중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도는 한진과의 상표 분쟁을 통해 ‘가진 것을 모두 내주면서 쪽박까지 깨지는 처량한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는 비아냥거림을 받고 있는 것이다.
제주도가 정말 제주지하수를 지킬 의지와 능력이 있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제주워터’ 상표 분쟁 협상과정과 내용이 투명하게 밝혀져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