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시간은 돈인(Time is money)인가? 19세기후반 오스트리아의 경제학자 뵘바베르크(Bohm Bawerk)는 그의 저서“실증적자본이론”에서 이렇게 설명한다.
어떤 어부가 하루에 맨손으로 물고기를 3마리를 잡아 근근이 살아가고 있는데, 만약 그가 한달 걸려 배와 그물을 만들어 물고기를 잡는다면 하루에30마리를 잡을 수 있다.
이때 누군가가 30일분 식량인 물고기 90마리를 밑천으로 빌려준다면, 그 어부는 한 달간 배와 그물을 만들고, 그 다음 한 달간 900마리의 물고기를 잡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한 달 동안 먹고 살기 위해 빌린 90마리 물고기에 이자를 곱으로 쳐준다고 해도 720마리는 자기 몫으로 가질 수 있다.
이처럼 그때그때 바로 생산하려는 것보다 오랜 시간동안 생산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을 뵘바베르크는 “우회적 생산의 이익”이라고 했다.
문제는 우회적 생산을 하려면 당장 먹고 살 밑천이 필요하다는 점이며, 이런 점에서 자본 축적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뵘바베르크는 자본을 “생존기금(subsistence fund)이라 했다.
나아가 뵘바베르크는 현재 소비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성향 때문에 자본을 제공하는 사람들에게 원금 이상의 대가를 주어야만하고, 이것이 이자발생 원리라고 설명했다.
이렇듯 산업사회에서 시간을 들여 생산하면 더 이익이 된다는 점이 분명해지면서 반대로 시간을 낭비하면 그만큼 손해라는 인식이 되고, 이 때문에 “시간이돈”이라는 명제가 탕하다는 것이다. <박장환저, 경제사상사의 이해, 학문사>
며칠 전 중앙 일간지에서 시간은행(銀行)이라는 기사를 읽었다.
서울 동작구에 있는 시간은행인데 이 은행에서는 돈을 넣거나 뺄 수는 없고 자신의 시간을 넣다 뺐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시간은행은 2시간동안 자원 봉사 교육을 받으면 연두색 통장을 하나 받는데 통장에는 봉사한 날짜, 봉사내용, 봉사한 시간, 봉사 받은 시간, 그리고 남는 시간이 기록 된다고 한다. 돈 대신 “봉사 거래 내역과 잔액”을 표기하는 것은 일반 통장과 동일하다.
통장주인이 자원 봉사를 하면 그 내용이 통장에 기록되고, 나중에 자신의 필요할 때 자기가 봉사한 시간만큼 다른 사람들에게서 봉사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1999년11월에 오픈을 해서 통장을 개설한 회원이 2만 6000명이라고 한다.
이렇게 시간을 화폐로 사용한 것은 우리 선조들도 “두레, 품앗이”라고 해서 노동을 교환하며 살았다.
가까운 예로 산업사회였던 60년 70년대에 우리 제주시에서도 조. 보리 콩 등을 경작하면서 살던 농경 사회구조에서 부락단위로 그 부락에 사는 사람모두가 “수느름(노동의 교환)”이라 하여 조, 보리 검질(김)을 매는 일 등 노동력을 교환하면서 살았다.
당시에는 제주시에 농사를 안 짓는 가구가 없을 때이다.
자기 밭에는 일할 시기가 안 된 사람들은 일할 적기가 된 자의 밭에 가서 일해주고 노동력을 저축했다가 자신의 필요 할 때 한꺼번에 일을 처리 했다.
제주의 ?냥 정신은 물질에 국한 된 것이 아니라 시간에도 적용하면서 살아온 관습이 고전적의미의 시간은행이다.
그러면 현대적 의미의 시간은행은 앞으로 어떻게 발전변화 될 것인가? 나의 망상일지 모르지만, 민간인의 운영하는 시간은행이 생겨 날 것이다.
민간에서 운영하는 시간은행이 금융자문회사, 카드회사와 제휴하여 자원봉사 회원증과 신용카드 기능을 겸할 수 있는 신용카드가 생긴다면 시간을 담보로 현금도 사용할 수 있는 사회를 생각한다면 너무 과장된 비약일 수 있다.
그래도 더 나아가서 시간은행 카드가 핸드폰과 연결된다면 시간을 담보로 핸드폰 수수료를 면제 받을 수 도 있을 것이다.
비약이지만 앞으로 10년 20년 후의 시간 은행을 생각해본다.
김 찬 집
수필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