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시평] 촛불기도와 앰버그리스
[세평시평] 촛불기도와 앰버그리스
  • 제주타임스
  • 승인 2008.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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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는 자신의 상처를 치료하기위하여 창자 속에서 끈끈한 점액질의 물질을 분비하면서 상처를 아물게 하는 능력을 가졌다고 한다.

 고래가 창자를 녹이며 만들어 낸 이물질로 된 이 점액질의 結石體에서 사람들은 앰버그리스를 발견하게 된다.  

 앰버그리스(Ambergris)를 용연향(龍涎香)이라고도 하는데 인류가 찾아 낸 최고의 가치를 지닌 동물성 향료로 고래 창자속의 점액질에서 추출하여 만들었다고 한다.

 촛불을 들고 거리로 뛰쳐나온 인파를 보며 앰버그리스가 생각나는 이유가 뭘까. 촛불이 재 몸을 녹이며 세상을 밝게 비추는 것처럼, 고래가 창자를 녹이며 상처를 치유한다는 것이 일맥상통하는 점이라서 하는 말이다.
 
 새 정부 들어 나라꼴이 우습게 되며 어수선하기 짝이 없다.

부자내각에다 비리냄새 풍기는 내각 구성으로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자, 대통령은 ‘신경 쓸 필요 없다.

반대를 위한 반대는 이 정부 끝날 때 까지 계속 될 것이다.’라고 하며 국민의 소리를 외면한 채 측근들을 감싸고 두둔하기에 바빴다.

 미국과의 쇠고기수입협상 파문으로 연일 수많은 군중이 거리로 뛰쳐나와 촛불을 들고 기도하며 항의시위를 벌이는데도 정작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대통령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면 안 사먹으면 될 것 아냐, 모든 것을 시장원리에 맡기겠다.’면서 나 몰라라 식이다.

 국민을 하늘같이 섬기겠다는 金石盟約을 저버리고 국민을 무시하는 가시 돋친 말들로 인해 취임 초에 60%에 육박하던 대통령 지지율이 현재28%로 두 달 사이에 반 토막 이상 잘려나간 상태이다.

 경제난국으로 상처받은 국민들은 경제회복의 꿈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실어 보냈건만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게 할 해법을 찾지 못한 체 국론분열만 키우고 있다.

국민의 아픔을 보듬고 감싸야 할 대통령은 무엇보다 국민화합으로 어려운 난관을 해쳐나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선거 과정을 거치면서 생긴 무수한 생체기를 보듬어 감싸고 치유하기 보다는 까발리고 잘라내 버리려는 무리수를 택함으로서 민심의 이반을 더욱 부채질 하고 있다. 

 더구나 유사 이래 경선승복으로 이명박 정부탄생의 일등공신인 박근혜 전 대표를 위로하고 감싸 안아 국정의 동반자로 함께하는 큰 틀의 정치를 기대했건만, 見利忘義라고 했던가.

국민의 바래임을 외면하고 자기수족 챙기기에 눈먼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대통령은 국민의 소리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취임 후 두어 달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왜 지지도가 이토록 비참하게 곤두박질치고 있는가의 원인을 깨달아야 대통령으로써 제대로 일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 탄생 이후 리치프랜들리 덕택에 대통령의 측근들은 행복했을지 모른다.

그렇지만 정부가 바뀌면서 갑작스레 변하는 국가정책 앞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국민들의 가슴은 쓰리고 아프기만 하다.

 영어 공교육강화 정책으로 돈 없는 서민층 가장들은 남들처럼 마음 놓고 과외도 못시키는 형편이고 보니 자녀들 앞에 늘 죄인으로 미안해하며 기죽은 모습이다.

노래방 엄마와 기러기 아빠가 양산되는 가운데 이산가족이 늘어만 간다.

수입소고기협상 소식에 한우 값 가격폭락을 맞은 농부들은 살길이 막막해진 가운데 벌써 세 사람이나 자살의 길을 택하고 말았다.

 대통령은 민초들의 아픔을 함께 느낄 수 있어야하고 아픔을 치유 할 수 있는 앰버그리스정책을 펴 나가야 한다.

 저소득층 자녀들에 대한 균등한 교육기회 부여와 사회양극화 문제는 선진국의 문턱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각종 흉악범이 판을 치며, 도덕불감증이 심해지는 오늘의 사회현상을 바로잡기 위한 사회기강확립과 윤리의식고양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대통령은 온 국민이 화합을 이루어내고 총화 된 에너지의 수요처를 창출하여 국가발전의 원동력을 삼아나가며, 더불어 함께하는 따뜻한 공동체를 만들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이 주어져 있다.

 공산품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가 미국과의 소고기협상이 불가피 했다면, 대통령이 직접 국민 앞에 나서서 그 불가피성을 소상히 설명함은 물론 협상과정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국민건강주권을 경솔히 다룬 부분에 대해 대국민 사과와 함께, 국민건강을 보장할 수 있는 보완책을 마련하여 국민을 설득시키는 일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라고 본다.
 
 대통령의 처신 하나 하나에 우리의 미래가 달려있다. 맘에 안 든다고 거절하는 대통령이 아니라 政敵까지도 따뜻한 가슴으로 품어 안으며 자신을 녹여 국민의 상처를 치유해 나가는 그런 대통령을 국민들은 바라고 있다.

강   선   종
총괄본부장/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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