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전 후진타오 중국 주석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영문판과 중국어판 손자병법을 선물한 적이 있다.
왜 하필이면 병서(兵書)를 선물로 택했을까? 아직도 풀리지 않는 궁금증이다.
미국은 세계 중심 국가이고, 중국은 내심 언젠가 그 미국을 따라잡겠다며 절치부심하고 있는 나라다.
후진타오의 생각은 어떤 것이었을까.
“우리(중국)는 2400년 전에 이미 손자병법이라는 불멸의 명저를 갖고 있었다.
그러니 겨우 240년에 불과한 역사를 가진 너희(미국)는 까불지 마라” 아니면, “국가 경영에 반드시 필요한 책이니, 꼭 한 번 읽어 봐라”는 뜻이 담긴 선물이었을까.
아마도 전자보다는 후자 쪽이 아닌가 싶다.
물론, “미국과 중국이 전쟁을 하면, 손자병법을 가진 중국이 반드시 이긴다.
이 책을 읽고 중국에 덤빌 생각일랑 아예 하지 마라”는 경고성 선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선물은 마음의 징표다. 특히 국가간에 악의가 내포된 선물은 없다.
아마도 후진타오는 손자병법이 전하는 진정한 의미를 미국에 전하고 싶어 했을지 모른다.
춘추전국시대 손무와 손빈이 쓴 손자병법은 그야말로 만고불멸의 병법연구서다.
전쟁 영웅인 나폴레옹과 맥아더도 진중(陣中)에서 애독했을 만큼 가장 뛰어난 병서 중의 병서다.
손자병법은 병법 연구서이면서 정치.경영 분야의 지침서이기도 하다.
싸우고 이기는 방법을 기술하고 있지만, 오히려 싸우지 않고 이기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심오한 철학서이면서 정치.경제.사회 교과서인 셈이다.
손자병법은 전쟁에서 승리하는 5가지 요건으로 도(道).하늘(天).땅(地).장수.법을 꼽고 있다.
즉, 도는 정치.외교적 도의이고, 하늘은 기후 등 자연의 혜택이며, 땅은 지리적 조건이다. 또, 장수는 지휘자이고, 법은 법제를 말한다.
그러나 전쟁에 임할 때나, 정치를 할 때, 기업을 경영할 때도 이 5가지 조건이 반드시 필요하다.
전쟁이든, 국가 경영이든 국민의 이익을 위한 것인가, 아닌가 부터 판단(도;道)해야 하고, 대의명분과 때를 지켜야 하며(하늘), 지략과 신망과 인격을 갖춘 장수가 지휘해야 한다.
특히 법은 장수 등 윗사람부터 지키지 않으면 존재 가치를 상실하고 만다.
부시 대통령 만이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 비서관. 정치인 모두 손자병법을 꼭 한 번 탐독했으면 한다.
물론 한 두 번 읽어 봤을 테지만, 국가를 경영하는 자리에 앉았으므로 다시 한 번 읽어 보는 게 좋을 듯 하다.
왜 느닷없이 손자병법이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요즘의 국정과 정치 상황이 그것을 필요로 하고 있다.
이른바 강부자.고소영 파문에 이은 광우병 논란도 손자병법에서 강조하는 도(道)와 천(天)과 장수의 역할을 다 하지 못했기 때문에 빚어졌다.
다수의 국민들은 재산 형성 과정에 문제가 있거나, 의혹이 있는 부자는 물론 특정 학교와 특정 지역 출신 위주의 균형감 없이 인선된 비서관과 장관을 원치 않는다. 결국, 여론에 밀려 몇몇 장관과 비서관이 물러났지만, 아직도 하차했으면 싶은 대상자는 남아 있다.
그들의 귀엔 마치, 소귀에 경 읽기일 테지만 말이다.
군령을 지키지 않아 병사들에게 신망을 잃어버린 장수는 전쟁을 승리로 이끌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법을 어기고 편법으로 부(富)를 축적한 사람들이 국가 경영의 일원이 되고, 정치인이 된다고 해도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없다.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 재개 합의로 인한 들끓는 민심 역시 손자병법에서 말하는 하늘, 곧 천시(天時)를 무시한 결과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안이와 오만과 성급함이 뒤섞인 자업자득이다.
설사 정부의 주장대로, 광우병의 염려가 없다고 하더라도 국민들이 부 분 수입이 아닌, 전면 수입을 원하지 않으면 하지 않는 게 원칙이다. 그 게 민심이고, 천심이며, 국민을 섬기는 일이다.
아무리 한.미간 FTA가 긴박하다 해도 국민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다면,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일본 등 다른 나라는 금지하고 있는 소의 뼈.골.내장까지 모두 수입하겠다니, 진짜 우리의 한우가 웃을 일이다.
‘외교와 무역에도 다투지 않고 윈윈하는, 이기는 손자병법 전략-. 이명박 정부에 적극 권하고 싶은 말이다.
김 광 호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