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간인 국외여비로 외국 간 의원들
[사설] 민간인 국외여비로 외국 간 의원들
  • 제주타임스
  • 승인 2008.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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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의회 일부 의원들이 집행부의 민간인 국외여비까지 끌어다 쓰면서 해외여행을 다녀왔다고 해서 도민들로부터 욕을 얻어먹고 있는 모양이다.

 아닌 게 아니라 내막을 알고 보니 욕을 먹어도 크게 먹을 일들을 했다. 제주도의회 의원들의 해외여행 등 국외 출장 경비는 어디까지나 의회예산에서 집행돼야 한다.

즉, 의회비(議會費)의 국외여비 중에서 지출하고 지출 받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회 예산과는 거리가 먼 집행부인 제주도청의 민간인 국외여비 예산을 변칙적으로 끌어다 해외여행을 다녀온 의원들이 있다니 도민들의 쓴 소리는 당연하다.

 우리는 이런 소식이 잘못 전해진 것이길 바랐지만 유감스럽게도 제주도감사위원회 감사 결과가 그렇다니 명명백백한 사실임이 분명하다.

그래서 감사위원회는 예산을 잘못 집행한 제주도의 관련부서에 ‘주의 처분’을 내리는 한편, 의회의장에게 “향후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해 달라”는 협조까지 요청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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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행부인 제주도청의 민간 국외여비 예산을 끌어다 외국나들이를 한 도의회의원들은 다름 아닌 군사특위(軍事特委) 소속 9명의 의원들이다.

 이들은 제주해군기지와 관련, 해외사례 벤치마킹을 위한 ‘선진 해외 민-군 복합 항 시찰’이라는 명목으로 지난 2월28일부터 3월6일까지 유럽 일대 군사기지 등을 시찰하고 돌아 온 적이 있었다. 여기에는 3천727만원의 경비가 들어갔다.

 그런데 이 3천727만원의 경비가 도의회 예산에서 지출된 것이 아니라 엉뚱하게도 의회의 감시-감독 하에 있는 집행부인 제주도 예산, 그것도 민간인 국외여비에서 집행되었다는 데 문제가 있다.

 결국 군사특위 소속 도의원들 때문에 3천727만원의 국외여비를 써야할 민간인들만 피해를 보게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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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일로 도민들에게 욕을 얻어먹고 있는 제주도의회의 이러한 행태는 그 잘못이 단순히 예산 집행의 변칙에만 있는 게 아니다.

 도의회가 무엇 하는 곳인지는 그 누구보다도 도의원 스스로가 더 잘 알줄로 믿는다.

예산 편성-집행의 적정성을 비롯, 행정기관의 모든 행정행위를 공정하고 철저하게 감시-감독하는 것이 도의회의 본령 아닌가.

 그렇다면 설사 집행부가 자신들의 민간인 국외여비 예산에서 도의원 해외 시찰 경비를 지출하겠다고  나서더라도 말렸어야 했고 또 그게 정도(正道)다. 이러한 정도를 버리고 사도(邪道)를 택한다는 것은 선량(選良)들이 취할 태도가 아니다.

적어도 도의원들은 자신을 뽑아 준 도민들을 고양이에게 생선가게 맡긴 황당한 주인으로 만들어버려서는 안 된다.

이런 점에서 군사특위 소속 도의원들은 또 다른 잘못을 저지른 셈이다.
 군사특위뿐이 아니다.

도의회의 또 다른 의원 모임에서는 소속 의원 5명이 표면상으로는 자비(自費)에 의한 일본 농촌 시찰이라 해 놓고 실제로는 제주도청으로부터 1400만원을 지원 받아 출국했다니 이 역시 도민들로부터 비난 받아 마땅하다.

도 감사위원회는 도의원들의 해외 나들이와 관련, 최근의 사례들만 들출 것이 아니라 1~2년 앞서 저질러진 사례들은 없는지 감사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이제야 제주도의회가 왜 감사위원회를 자기네 소속으로 두고자 했는지 그 뜻을 알 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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