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지난 달 미국을 방문했을 때, 고향 독일의 추억을 듬뿍 담은 만찬을 대접받았다.
주 요리는 농어구이였다. 사과를 밀가루 반죽으로 엷게 싸서 구운 독일과자도 곁들였다.
교황에게 추억을 되살려 주고, 그를 편안하게 해주려는 미국의 의도가 엿보였다.
4월 15일 교황, 16일 이명박 대통령, 17일엔 브라운 영국 총리가 같은 기간에 방문하였지만 대접은 천차만별이었다. 미국 언론들의 초점은 교황 방문에만 맞춰졌다.
부시 대통령의 공항 영접부터, 교황의 일거수일투족을 연일 머릿기사로 전달하였다. 영국 총리의 방미도, 이명박 대통령의 소식도 미국인에게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미국은 가톨릭 신자가 인구 20%에 이르면서, 이들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가고 있다.
교황도 종교적 열정이 강한 미국에 관심이 나타내면서, “위대한 국민과 위대한 교회가 만나는 순례“라고 표현했다.
물론 부시도 “교황은 정치지도자가 아니라 종교지도자”라며 극진히 대접했다.
교황은 또 사제들의 성추행 피해자등을 개별적으로 만났다. 교황이 요청에 이뤄진 만남에서 피해자들은 사제들에게 추행당한 소년 ? 소녀 1000여 명의 명단을 교황에게 전달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 수십 년 동안 미국에서만 사제 5000여 명이 성추행을 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피해자는 1만30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교황은 동성애, 낙태, 이혼, 페미니즘, 안락사, 산아 제한, 인간 복제 등을 전통적 윤리에 반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해방신학, 종교 다원주의, 여성 사제 서품 등의 흐름을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로마 가톨릭만이 유일하고 참된 진리이기 때문에, 다른 종교는 모두 불완전하다는 보수적 시각도 지니고 있다.
젊은 시절에 진보적 성향의 신학자로 통했던 그가, 1960년대 독일 대학가를 휩쓴 극렬 좌파 학생의 활동으로 진보적 성향의 신학 교수들마저 학생들에게 강의 마이크를 빼앗기는 지경에 이르자 충격을 받고 보수적 성향으로 돌아섰다는 보도도 있었다.
교황은 취임하자마자 각국이 무기 확산 방지를 위해 힘쓸 것을 촉구하였으며, 테러와 전쟁이 확산되는 현실에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교황(敎皇)은 과연 누구인가? 로마의 주교이자 가톨릭교회의 지도자이며, 바티칸의 국가원수가 바로 교황이다. 지난 2천 년 동안 성 베드로부터 시작해 총 265명의 교황이 있었다.
베네딕토 16세는 제265대 교황이며, 2005년 4월 19일부터 재위하였다.
세속명은 요제프 알로이스 라칭거이다. 교황은 명석하고 신념이 강한 학자이며 유능한 행정가이자, 7개의 명예박사학위와 모국어인 독일어뿐만 아니라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영어, 에스파냐어, 포르투갈어, 라틴어, 고대 그리스어, 히브리어 등 10개국 언어로 소통이 가능할 만큼 뛰어난 능력의 소유자다.
프랑스의 윤리학 아카데미 회원이며, 그 때문에 사람들로부터 ‘21세기 최고의 신학자이며 유럽의 최고 지성’으로 칭송을 받고 있다.
부드러운 음성의 내성적인 사색가이며 베토벤과 모차르트의 음악을 즐겨 치는 수준급의 피아니스트이기도 하다. 2005년 4월 타임지의 ‘세계 100대 영향력 있는 인물’로 선정되기도 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한국에도 관심이 많다. 특히 남북한 화해와 통일의 노력을 기울이길 바라며 한반도 상황에 중대한 발전을 기원하기도 했다.
한국이 북한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 달라며, 특히 어린이 등 북한의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중요하게 다루어 줄 것을 수차례 강조했다.
특히 한국은 증대된 부의 혜택을 모든 국민들이 충분히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고 밝혔으며, 한국 정부가 공동의 선과 사회정의를 증진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든 사람들과 함께 노력하기를 당부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김 관 후
시인/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