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회의 예산 심의는 집행부가 편성한 예산을 무조건 깎으라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절박하게 필요하지도 않고 급하지도 않은 불요불급(不要不急)한 예산이 편성됐는지의 여부를 가려내고 소비성이나 선심성 예산을 걸러내는 작업이다.
그런데도 도의회는 정작 도정발전에 필요하고 민생과 미래전략에 중요한 예산인데도 천편일률(千篇一律)적으로 칼질하여 삭감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듯하다.
25일 도의회 본회의에서 수정 의결한 2008년도 제1회 제주특별자치도 추경안을 보면 그렇다.
이날 도의회는 도가 당초 편성한 579억9700만원의 추가경정 예산안에서 총 21억8436만원을 삭감했다.
그런데 문제는 삭감한 예산중 상당액을 선심성ㆍ낭비성 용처에 새로 계상했거나 증액했다는 데 있다.
각종 사회단체의 친목성 체육행사보조나 문화예술 축제 등에 증액 배정한 것이 본보기다.
겉으로는 예산을 크게 삭감했다고 생색내면서 뒤로는 선심성ㆍ낭비성 예산 편성을 부추기는 행태라 할 수 있다. 바로 ‘아랫돌 빼다가 윗돌로 괴는 이상한 예산 심의’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이번 도의회 추경안 심의에서는 의원들의 지역구 챙기기 예산이 상당수 포함돼 차기선거를 대비한 의원 선심예산 편성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물론 의원들의 지역구 챙기기를 나무랄 일은 아니다.
지역주민들의 숙원을 풀어주고 지역구민들의 목소리를 도정에 반영하겠다는 약속으로 의회에 진출한 도의원들이 지역구 발전을 위해 예산을 확보하려는 의정 활동은 그래서 그들의 책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더라도 제주 공공의 발전과 미래전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예산까지 삭감하면서 제 지역구만 챙기려는 것은 책무의 범위를 벗어난 것일 수도 있다.
도의원들이 심의하는 예산은 도민들의 피땀 흘린 지갑에서 나오는 것이기에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