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제주지법 제201호 법정에서 도내 처음 열린 살인.폭행 혐의 이 모 피고인(48)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은 유.무죄를 따지는 재판이 아니어서인지 특별한 쟁점 없이 진행됐다.
방청석도 한산했다. 70석 규모의 방청석은 피해자 가족과 법원.검찰 관계자, 사법연수원생, 제주대 법학과 학생, 기자 등으로 채워져 예상과 달리 일반 도민 방청객은 찾아 보기 어려웠다.
사실, 당초 제주지법이 이 사건을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하는데 대해 다소 망설였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국민참여재판 대상 사건으로 보기에는 미흡한 사건이지만, 시행 초기 도민과 국민적 관심사를 감안한 측면이 강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이 피고인의 살인 행위의 고의성 여부를 판단하는데 있었다. 이 피고인은 자신의 옛 동거녀인 A씨의 새로운 동거남인 김 모씨를 흉기로 살해했다.
이 피고인은 사건 당일인 지난 1월 19일 밤 김 씨가 불러내 나가 서로 다투다, 사건 현장에서 100m 쯤 떨어진 곳에서 흉기를 들고 와 김 씨를 살해했다.
그러나 이 피고인은 이날 이 사건 전에 옛 동거녀 등과 함께 술을 마신 뒤여서 술에 취한 상태에서 저지른 범행이라며 고의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와 배심원은 사건 전 이 피고인이 식당 등에서 술을 마셨지만, 만취한 정도가 아니었다는 증인들의 증언과 경찰.검찰의 신문조서를 근거로 심신미약 상태에서 이뤄진 범행이 아니라는 점을 인정했다.
사실상, 이런 형태의 재판은 양형을 판단하는 재판이어서 일반 재판으로도 충분하다. 물론 피고인이 신청해 이뤄진 재판이지만, 법원은 앞으로 이런 유형의 사건을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일부의 지적에 대한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더욱이 이 사건의 양형 15년도 일반 재판의 양형 기준과 유사하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양형을 판단하기 어려운 배심원들에게 양형을 평결하도록 한다는 것도 무리다.
어떻든 이 사건 국민참여재판은 여려가지 면에서 보다 발전적인 국민참여재판을 모색하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재판장인 박평균 부장판사의 진지하고 매끄러운 재판 진행이 돗보였다. 역시 향후 제주지법의 국민참여재판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비록 배심원 재판의 특징인 드라마같은 재판은 아닐지라도, 그와 유사한 재판을 진행한 재판부의 노력은 평가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