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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의 흐름은 절묘했다. 그 채찍은 매웠고 따끔했다. 18대총선 개표결과를 보면 그렇다.
국민은 집권초기 이명박정부와 한나라당의 ‘독선과 오만의 조짐’에 날카로운 채찍을 내렸다.
아슬아슬 턱걸이 과반의석은 권력투쟁으로 인한 당 내분에 대한 경고음이나 다름없었다.
민주당에도 마찬가지다. 지난 10년간 이념에 매몰돼 실패를 거듭해 왔던 국정운영에 책임을 물어 “정신을 차려야 한다”는 질책을 한 것이다.
이번 총선 결과는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이나 제1당인 민주당이나 여타 당선 그룹에 보내는 엄중한 국민적 메시지다.
그만큼 총선 민의(民意)는 무서웠다.
이대통령의 실세측근이며 공천파동의 중심에 섰던 이재오ㆍ이방호의원 등이 낙선의 고배를 마신것은 이 정권의 내각 인선과 공천파문의 책임을 물어 응징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제1당인 민주당이 81석 수준으로 참패한 것도 국민들은 이념적 협심증이나 싸움질 정치에 신물이 났음을 전해준 것이다.
정치의 본령을 국민의 삶속으로 옮기라는 명령이나 다름없다. 실용정치 주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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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총선에서 집권여당에 보내는 최대의 경고음은 당연 ‘제주발(發)’이었다.
지역구 3석을 모두 통합민주당에 내준 한나라당의 참패는 이명박정부에 대한 제주도민의 실망감을 표로서 말해준 것이라 할 수 있다.
한나라당 공천과 관련한 도민적 실망, ‘4.3문제’나 제주제2공항건설 등과 관련한 정부여당의 소극적 대응과 홀대 등 기대를 걸었던 새 정부의 제주발전 약속이 희석되고 있거나 믿을 수 없는 수준으로 밀려나고 있다는 데에 대한 불신과 불안감이 표로 표출되었다는 분석도 여기서 비롯된다.
제주는 지역구 국회의석이 3석에 불과하지만 제주지역의 지역적 특성이나 정서적 상징성을 고려하면 민심의 방향타며 민의의 풍향계라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제주지역에서의 한나라당 참패는 향후 정부나 집권여당이 어떻게 민의를 읽고 민심에 접근해야 하는지를 간접적으로 알려주는 클랙슨 소리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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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이번 총선 결과로 나타난 제주도민의 민심이나 민의가 3석을 석권한 통합민주당에 무조건 박수를 치거나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 제주 3개지역구에서의 당락은 모두 오차범위에서 판가름이 났다. 당선자 모두가 현역임을 감안한다면 초박빙의 아슬아슬 당선이라 할 수 있다.
정당투표에서 한나라당이 통합민주당을 크게 앞선 것만 봐도 제주도민의 민의가 한군데로 편향되지 않았음을 말해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당선자들은 당선의 교만에 빠져 민의를 왜곡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당선자들은 향후 4년간의 의정 활동을 통해 제주도와 제주도민을 위해 어떻해야 하는지를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비록 야당이기는 하지만 정부여당의 정책이라도 제주발전과 제주도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라면 흔쾌히 찬성하고 협조해야 할 것이라는 주문이나 다름없다. 실용적 의정활동을 하라는 것이다.
특정정당보다는 ‘제주도민의 당‘ 소속으로 활동하라는 뜻이다.
정부여당이나 야당 할 것 없이 이번 총선 결과에 나타난 제주도민의 민의를 겸허하게 받아들여 이를 통해 화합하고 상생하는 ‘정치의 틀‘을 엮어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