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호 컬럼] 총선 후보들이 잊고 있는 것
[김광호 컬럼] 총선 후보들이 잊고 있는 것
  • 김광호
  • 승인 2008.04.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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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등의 자연ㆍ문화관광

오래전 스위스와 프랑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등 유럽의 몇몇 나라를 관광할 기회가 있었다.

이들 나라를 돌아 보면서 문화적 충격이 컸던 기억이 새롭다.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는 문화는 물론,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자연관광이 더 부러웠다.

그들은 대부분 ‘자연 그대로의 관광’을 최고의 관광 가치로 삼는다.

자연관광지든, 아니든 보기 좋게 단장하고, 주변에 고급호텔 등 편의시설을 갖춰야 훌륭한 관광지로 생각하는 우리의 관광지 개념과 아주 다른 모습이 오히려 의아스럽까지 했다.

프랑스는 패션과 문화로, 오스트리아는 음악으로 유명한 나라지만, 스위스처럼 자연관광에 비중을 둔 관광정책을 통해 세계적인 관광지로 정착했다.

결국 최고의 관광상품은 유적 관광과 자연.문화 관광 두 가지인 셈이다.

제주관광 역시 자연.문화 관광을 추구하고 있다.

자연관광 선진국들에 비해 한참 뒤졌지만, 자연.문화 관광이 환경을 전제로 한다는 사실에 대해 공감하게 된 것은 다행이다.

환경을 보전하지 않고, 보호하지 않으면서 자연 관광지를 만든다는 자체가 모순이다.

제주 최고의 가치는 ‘환경’

스위스의 알프스산으로 통하는 도로와 빈의 숲길 등 유럽의 많은 관광지 도로는 대부분 비좁은 1차선이다.

세계 각지에서 찾아오는 엄청난 관광객들을 수송하려면 2, 3차선으로 시원히 뚫려야 될 텐데, 생각 외로 많은 도로가 비좁다.

무조건 큰 것을 좋아하는 우리의 가치관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3월의 눈 덮인 알프스를 보려고 관광버스에 오른 필자가 “왜 도로가 이렇게 비좁냐”고 운전기사에게 물어 봤던 기억이 난다. 돌아온 대답은 역시 “환경 보전 때문”이라고 했다.

유적지 주변의 돌멩이 하나, 풀 한 포기 조차 함부로 옮기고, 뽑지 않는다는 로마 사람들의 문화재 보호의식은 너무나 귀에 익은 말이지만, 환경을 훼손시키지 않으려고 관광도로를 1차선으로 만들었다는 말은 스위스에서 처음 들었다.

제주관광 전략도 이런 방향으로 가야 한다.

자연관광지를 관광객들이 이용하기 쉽게 단장한다고 국제관광지가 되는 게 아니다.

고급호텔과 휴양시설이 관광지 주변에 즐비하게 들어선다고 세계적인 관광지가 되는 것도 아니다.

관광지에 무분별하게 들어서 경관을 해치는 이용시설과 편의시설을 뜯어내는 한이 있더라도 이로 인해 반감된 관광지의 면모를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리는 노력이 시급하다.

중요한 환경문제 無공약 ‘실망’

다른 지방과 달리 초등학교 교육 과정부터 환경교육을 의무화한 것도 이런 노력의 일환일 것이다.

제주의 영원한 자산은 환경이고, 천혜의 환경을 자손만대에 물려주려면 교육이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18대 국회의원 입후보자들에게 제주의 환경 문제는 안중에 없는 것같다.

후보자들이 선관위에 낸 우선순위 5대 공약 75건 가운데 환경분야 공약이 1건도 없다니, 소홀도 이런 소홀이 없다.

제주의 환경 대책은 비단 관광을 위해서만 절실한 게 아니다.

이상 기후로 이미 식생 환경이 변화하고 있고, 해수면도 상승하고 있다. 예상치 못한 재해도 큰 걱정이다.

지난해 제주를 삼키다시피한 태풍 ‘나리’와 같은 재해가 다시 엄습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국회의원이 되려는 후보자들이라면 당연히 이 문제에 대한 대책을 나름대로 제시했어야 옳다.

골프장과 관광지구를 많이 조성하는 것도 관광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

그러나 환경에 피해를 주지 않고 이런 시설이 들어설 수는 없는 일이다.

먼 훗날 후손들은 훼손된 자연을 물려준 오늘의 선조들을 원망할 것이다.

원시 자연을 그대로 남겨주지는 못할망정, 적어도 훼손되고 오염돼 병든 환경을 남겨줘서야 될 말인가.

이틀 후면 제주를 대표할 3명의 국회의원이 탄생한다.

누가 국회의원이 되든 선거 공약에 제시하지 않은 환경문제에 눈을 돌려야 한다.

혹시 개발과 보전의 상충 관계를 우려해 아예 환경보전 문제를 애써 피해 간 것이라면 떳떳치 못하다.

누가 뭐래도 ‘제주는 환경’이다.

‘국제자유도시’ 역시 환경 보전의 바탕 위에서 이뤄져야 마땅하다.

당선되는 국회의원 모두 당당하게 ‘제주환경 지킴이’를 자처하는 ‘환경 국회의원’이 되길 바란다.

김   광   호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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