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 도로위에 '약자'
[나의 생각] 도로위에 '약자'
  • 제주타임스
  • 승인 2008.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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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 외출을 하면 외투를 벗어야 할 만큼 날씨가 많이 포근해졌다. 어느덧   봄이 찾아온 모양이다.

요즘 날씨이면 가족들끼리 또는 친구들끼리 시외로   나들이를 가기에 딱 좋은 시기이다.

 나도 이번 3월에 제주동부경찰서 구좌파출소로 발령을 받아 근무를 하면서 출퇴근길 차를 타고 동회선 일주도로를 달리다 보면 정말 놀러 가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같다.

제주시내에서 사무실까지 50분이면 충분히 갈 수 있을 만큼 일주도로는 나뿐만 아니라 이 도로를 이용하는 운전자들은 혜택을 받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생각도 잠시! 차량들이 무섭게 달리는 사이로 밭으로 가는지 집으로 돌아가는지 굽은허리에 뒷짐을 지고 무단횡단을 하는 노인들을 보면 내 가슴이 ‘철렁’ 하고 내려 앉는 기분이다.

평소에 시내를 운전할 때 횡단보도가 근처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무단횡단 하는 사람들을 보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출퇴근 길 일주도로를 무단횡단하는 노인들을 보면 그들이 밉다기 보다는 왠지 측은해 보이고 내가 마치 죄인처럼 느껴진다.

그들의 젊은 시절에는 ‘도로’ 라는 시설이 없어도 살아가는 그렇게 큰 불편함은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노인들은 무단횡단을 하는 행동이 잘못된 것이라는 인식이 젊은 사람들 보다 덜 한 것 같다.

최근 제주도내 노인들의 교통사고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으며 교통사고 피해자의 연령을 분석해 보면 60대 이상 연령층만이 증가하고 다른 연령대는 감소하는 추세라고 한다.

우리나라 사회구조상 노령화가 원인이기도 하지만  그들에 대한 우리의 관심이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다.

‘도로’ 라는 시설은 어떻게 보면 운전면허를 갖고 있는 우리, 운전자들의 혜택이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은 이런 혜택을 그들에게 나누어 주지는 못할 망정 교통사고 라는 피해를 안겨 주기도 한다.

이글을 보는 혹자는 무단횡단 하는 노인들도 잘못이 있다고 내 글에 대하여 비판을 하겠지만 이것은 오로지 내 생각이다. 하지만 노인들은 도로위에서는 ‘약자’ 라는 것은 모두 공감할 것이다.

형식적인 봉사, 연말연시 라는 이유로 노인들은 찾아가기 보다는 평소에 방문하여 안부를 물었으면 한다. 매일 위험을 무릅쓰고 일주도로 위를 무단횡단하며 일을  나가는 노인들이 없는 그날까지 나 또한 최선을 다하겠다.

오   용  균
제주동부경찰서 구좌파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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