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역사를 거꾸로 돌리려는가"
[사설] "역사를 거꾸로 돌리려는가"
  • 제주타임스
  • 승인 2008.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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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ㆍ3 60주기' 앞둬 일부 '4ㆍ3보수 단체' 갈등 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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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3일)이 ‘4.3 60주기’다.

그렇다면 지난 60년간 제주도민의 삶과 마음을 송두리째 갉아 먹었던 ‘4.3’은 도대체 제주도와 제주도민에게 무엇인가.

되돌아보고 싶지 않지만 ‘4.3’은 제주사람들의 가슴속에 새겨진 피맺힌 한(恨)이다.

숯 덩어리처럼 시커멓게 타버린 멍이다.

이 같은 도민의 한과 핏 멍은 지금도 생생한 아픔으로 살아나고 있다.

반세기가 훨씬 지난 세월에도 아직까지 그 깊은 상처를 잠재울 수가 없어서다.

그러기에 ‘4.3’은 60년 전의 역사적 기록으로만 묻어 버릴 수 없는 진행형의 역사적 사건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4.3’의 아픈 역사적 교훈을 통해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고 가꾸어야 할 ‘평화의 끈’이기도 하다.

그래서 ‘4.3’의 문제를 이념 대립으로만 묶어버리려는 것은 현명한 일이 못된다.

‘4.3’을 적과 동지, 가해자와 피해자의 흑백논리나 이분법적 사고로 접근하는 것도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2

그렇기 때문에 60주기를 맞는 ‘4.3’은 증오와 갈등과 분열에서 벗어나 용서와 화해와 상생과 평화의 새장을 여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굳이 따지자면 ‘4.3’의 피해자는 제주도민 전체다.

수 만 명의 제주도민이 이념의 덫에 걸려, 혹은 야만적 권력의 무자비한 횡포에 의해 학살당했고 아름다운 제주산하는 핏빛으로 물들어 초토화 됐기 때문이다.

산 사람에 의해, 경찰에 의해, 서북청년단에 의해, 미군정에 의해, 도민들은 이념이 뭔지도 모른 채 속절없이 살육 당했고 인권이 무참하게 유린되었다.

그러기에 개인적 입장에서만 본다면 설혹 가해자와 피해자로서 증오와 미움을 걷어낼 수가 없을 터이지만 사실은 이들도 모두가 피해자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내일 60주기를 맞는 ‘4.3’은 이 모든 것을 용서와 화해의 뜨거운 용광로에 담아 태워버리는 이해와 평화의 밭을 일구는  쟁기와 밑거름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이제는 미움과 증오의 깃발을 내릴 때가 된 것이다.

희생당한 ‘4.3’의 원혼들도 그러기를 바랄 것이다.

3

이런 작업은 바로 시대적 소명이기도 하다.

지난 60년간의 4.3에 대한 역사적 질곡을 풀어내는 것이 오늘을 사는 모두의 사명인 것이다.

더 이상 ‘4.3’을 이념의 도구로 악용해서는 아니 된다. ‘4.3’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시도도 배격해야 한다.

더 이상 특정목적을 위한 상품으로 포장하거나 ‘4.3’을 특정집단이나 개인의 특권적 상표로 활용되어서도 아니 된다.

그런데도 최근 일부 ‘4.3 보수 우익 단체’가 지금까지의 ‘제주도민의 4.3 진상 규명노력’을 폄훼하고 ‘4.3’을 증오와 갈등의 이념 논쟁으로 끌고 가려고 하고 있다.

매우 우려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서울에 주소를 둔 ‘제주4.3사건 왜곡을 바로잡기 위한 대책위원회’라는 단체다.

이들은 청와대와 각 중앙부처, 도지사와 교육감, 각급 기관단체 등에 ‘4.3 행사’에 참석하지 말도록 진정하고 정부의 ‘4.3 진상보고서’ 폐기까지 요구하고 있다.

역사를 60년 전으로 되돌리려는 이들 단체의 경거망동은 4.3 문제 풀이에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새로운 갈등과 증오만 부를 뿐이다.

평화를 사랑하는 제주도민의 이름으로 규탄하고 배격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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