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에게 호감을 갖는 사람들이 점 점 더 줄어드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정치는 매우 중요하다.
정치지도자가 갈등을 만들기도 하고 평화를 가져오기도 하며 많은 사람들이 평화롭고 만족한 삶을 영위하게도 한다.
정치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그러나 큰 틀로 본다면 두 가지 시각으로 볼 수 있다.
성선설과 유사한 관점에서 인간과 사회를 보는 이상주의적 정치와, 성악설의 관점에서 인간과 사회를 보는 현실주의정치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양 시각 모두 세계정치에 대하여 부분적인 설명을 할 수는 있지만 항상 예외적인 사건이나 정책이 있기 때문에 현실주의나 이상주의 중 완전한 쪽은 없으며 상호보완하며 발전하고 있다.
이상주의자들은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에 민족주의와 비밀외교, 그리고 현실주의에 입각한 세력균형론이 제1차 세계대전의 원인이었다고 비판하며 국제법과 국제기구로 세계평화 유지가 가능하다고 믿었다.
제1차 세계대전 후 대표적인 이상주의자들 중의 한명인 미국의 28대 대통령 우드로 윌슨은 전쟁을 방지하고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국제기구로 국제연맹의 창설에 주도적 역할을 담당하였으나 미국의회는 미국의 국제연맹 가입을 부결시킴으로써 우드로 윌슨의 열망에도 불구하고 국제연맹은 잘 작동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우드로 윌슨이 1918년 미 의회에서 행한 유명한 ‘14개 조항’의 연설에서도 현실주의적인 경향이 나타난다.
우드로 윌슨은 이상주의적 이상을 실현시키려고 노력했지만 국제관계의 가치나 규범이 함축하고 있는 현실주의적 권력의 속성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고 평가받는다.
제2차 세계대전을 막지 못하자 현실적 힘의 뒷받침이 없는 이상주의로는 세계의 평화를 유지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현실주의 패러다임이 국제정치의 주요 패러다임이 되었다.
새로 결성 된 국제연합에 5개 상임이사국을 선정하고 이들 나라들에게 거부권을 부여한 것은 이러한 현실주의적 관점이 반영된 것이다.
고전적 현실주의는 권력의 추구가 인간의 태생적 본능이라 가정하고 이를 무시한 자유주의적 관점은 지나친 낙관론이라고 비판한다.
민족국가가 국제정치에서 가장 강력한 행위자로 존재하고 있으나 점차로 세계는 긴밀한 상호의존을 형성하고 있으며 국가는 권력을 추구한다는 단순한 논리로만으로 세계정치를 설명할 수는 없다.
국제기구나 국제레짐이 국가나 민족을 능가하는 역할을 하기에는 시기상조이다.
하지만 선진국의 행위는 이상주의적인 시각에서 좀 더 이해되고 다른 국가들의 행위는 현실주의적인 시각에서 보는 것이 설득력이 있다.
국내 수준의 정치와 국제정치는 엄연히 다른 속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때로 겹치는 부분도 보인다. 권력에 대한 집착과 도의와 이상을 무시하는 힘의 정치가 그것이다.
티베트의 사태에 대한 중국의 대응은 현실주의적 사고로 움직이고 있다고 볼 수 있으며 이에 대한 선진국이 반응은 미약하나마 이상주의적인 시각의 비판이 나타나고 있다.
대부분의 국가들은 침묵을 지키거나 심지어 중국의 입장에 동조한다.
이것은 현실주의의 힘의 정치로 설명할 수 있다.
독일, 체코, 폴란드, 에스토니아 등 EU 정상들 다수가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에 불참’한다고 표명하여 티베트 사태에 대하여 중국 정부에 압력을 넣고 있으나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은 티베트 사태 때문에 베이징(北京)올림픽을 보이콧하는 것에는 반대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중국과의 경제협력도 중요하고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도 중요하기 때문에 직접적인 비판을 하기에는 어려울 것이다.
현실세계에 존재하는 한 개인이든 국가든 자신을 보호할 최소한의 힘을 갖춰야 한다는 것은 어쩌면 존재하기 위한 필수적인 요건인지도 모른다.
강 병 철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