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법이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잇따라 기각하고 있다.
대신에 법정 구속은 늘어나는 추세다.
대체로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하고 있다.
또, 주거가 일정한 경우와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한 목적의 기각도 눈에 띤다.
지법은 최근 성폭력 혐의로 경찰이 신청한 10대(16) 소년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소년은 소년법상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영장을 발부할 수 없고, 주거가 일정하며, 자백하고 있어 증거인멸의 우려도 없다”는 게 기각의 주된 사유였다.
이 경우 영장 기각은 매우 바람직하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더욱이 초범이고, 부모의 선도 의지가 강하다는 것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지법은 또, 사망 2명.중상 21명 등의 피해를 낸 모 시외버스 운전기사에 대한 경찰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피의자의 주거가 일정하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적으며, 방어권 보장을 위해 불구속으로 재판받는 것이 상당하다”는 이유에서 였다.
이와 함께 지법은 불법 대부업 피의자에 대한 영장도 기각했다.
경찰은 “범죄의 중대성이 있다”며 영장을 신청했으나 지법은 기각했다. “범행을 자백하고 있고, 사안이 중하지 않으며,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는 등의 이유였다.
이처럼 지법은 특히 ‘도주.증거인멸의 우려’ 여부를 영장 발부의 요건으로 확대 적용하고 있는 추세다.
구속은 신중히 하고, 대신에 법정에서 혐의를 분명히 가린 뒤 죄의 정도에 따라 법정 구속을 확대하겠다는 뜻이다.
실제로 지법은 지난 2월 12일 한 법정에서 불구속으로 재판받던 피고인 4명을 법정 구속했다.
공판 과정에서 실체적 진실을 명확히 밝혀내려는 공판중심주의 재판 추세와 무관하지 않다.
아울러 지법의 향후 영장 기각 추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06년 9월1일부터 지난해 8월 31일까지 지법의 영장 기각률은 전국 평균 20%보다 3%포인트 높은 23%를 나타냈다. 당시 기각률이 최고 27%에 이른 법원도 있었다.
올 들어 기각률은 더 높아져 30%를 넘긴 법원도 나오고 있다.
한 법조인은 “공판중심주의 재판이 정착될 수록 법원의 영장 기각률은 더 높아지고, 검찰의 영장 청구 비율도 낮아질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