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동전 한 닢
[기고] 동전 한 닢
  • 제주타임스
  • 승인 2008.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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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지인에게 들은 이야기에 배울 점이 있어 몇 마디 쓴다.

초등학교 1학년 아이가 하굣길에 500원 짜리 동전을 주어 와서는 “길에 떨어진 동전이 있어 주어 왔는데 어떻게 해야 해요?” 라고 묻더란다.

얼른 좋은 생각이 나지 않아 “주인을 찾아 줘야지!”라고 대답하고는 아이와 부부 셋이서 상의했단다.

여러 의견을 교환하다가 결국 그 동전을 공공기관이나 은행, 병원 등에 비치된 <사랑의 모금함>에 넣기로 했단다.

물론 주운 500원에다가 아이의 용돈은 500원의 배인 천원을, 부부 합하여 만원 보태서 합계 만천오백원을 <사랑의 모금함>에 넣었단다.

나는 이 가족의 위 상황에서 적어도 두 가지 배울 점이 있다고 본다.

하나는 가족 간의 대화다.

비록 작은 일일지라도(실은 작은 일은 아니지만) 가족이 한 사안을 놓고 서로 대화하며 결론에 이르는 과정을 보면 가장의 지시에 익숙한 가부장제 동양문화권의 사람에겐 낯설지만 시사하는 점이 많다고 본다.

둘은 가정교육의 중요성이다.

나는 보호관찰공무원으로 근무하며 비행청소년들의 가정을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가정방문 시마다 느끼는 점은 비행청소년들의 가정은 대개 가정교육이 부실하며 때론 가정파탄 지경에 이른 경우도 부지기수다.

가정에서 제대로 교육과 보호를 받지 못한 청소년들은 가출하여 또래집단을 형성하고 사회의 유해환경에 빈번하게 접촉함으로써 점점 더 나락으로 빠져들게 되며 결국 비행에 이르게 된다.

속담에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라는 말이 있고, 속된 말로 행실이 나쁜 청소년을 보고 “그 놈 싹수가 노랗다.”라고 일컫기도 한다.

그러나 “떡잎”과, “싹수”에 영양분을 제대로 주지도 않고 섣부른 예단으로 그 “떡잎”과 “싹수”를 잘라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일이다.

비행청소년을 나무라기 전에 가정이, 우리 어른이, 사회와 국가가 그들을 무관심과 백안시로 낙인찍은 결과 비행청소년들이 양산된 것은 아닌가? 진지하게 반성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청소년들은 우리의 미래요, 희망이며 보살핌을 필요로 한다.

이에 국가에서는 소년보호사건의 소년부 송치, 부정기형의 도입, 수용에 있어서 분계주의, 가석방 요건 완화 등을 통하여 청소년을 보호하고 있고, 특히 1988년 12월 31일 제정되고 1989년 7월 1일부터 시행된    보호관찰법(법률 제4059호)에 소년범에 대하여 보호관찰과 사회봉사, 수강명령을 본격적으로 도입하여 청소년 보호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청소년을 보호하는 데 이러한 제도의 도입만으로는 역부족이고 한계가 있으며 가정, 학교, 지역사회 및 국가가 각 분야에서 해야 할 고유한 역할이 있다고 본다.

가정, 학교, 지역사회, 국가 모두 “우리의 미래요, 희망인 청소년”들에게 적극적으로 관심 가질 것을 기대한다.

김   상   곤
제주보호관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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