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자유도시' 우리에게 무엇인가
'국제자유도시' 우리에게 무엇인가
  • 강정홍 논설위원
  • 승인 2004.09.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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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묻는다. '국제자유도시'는 우리에게 무엇인가. 왜 '국제자유도시'인가. 우리는 아직도 이에 대한 명쾌한 대답을 듣지 못하고 있다.
 우리 고장을 풍요로운 생활 터전으로 만들자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말 그대로 '국제자유도시'가 곧바로 지역주민들의 질적 생활향상으로 이어질 것인가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구체적인 검토가 있어야 한다.

 개발은 자신의 이익을 우선으로 하는 인위적인 작업이다. '국제자유도시'도 이와 다르지 않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그것이 누구의 관심과 이해에 따라 추진되느냐 하는 문제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개발에서 생기는 지역문제가 바로 경제적인 한계를 넘어 총체적 현상으로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역사회 내부에는 다양한 사회계층이 존재한다. 그 어떤 논리를 거기에 대입한다고 하더라도, 그들의 이해관계가 단 하나의 입장으로 대표될 수는 없다. 개발의 효과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사람이 사회와 조화를 이루어 살아가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영역적 정체성이 요구된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개발의 최종적인 분석 대상의 중점은 '장소'가 아니라 '사람'에 두어져야 한다. 누가 뭐라고 해도,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지역주민들의 질적 생활향상이지, 지역사회의 외형적 성장은 아니다. 그런데도 이 두 가지를 같은 것으로 착각하거나, 후자가 이뤄지면 전자는 저절로 이뤄진다는 관념이 상당히 뿌리 내려져 있다.

 그러나 그것에는 일면의 타당성만이 있을 뿐이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지역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다. 지역이라는 큰 테두리에 매몰되어 추상적인 지역개발만을 강조하다가는 중요한 것을 놓치게 된다. 한 지역이 외형적으로 성장하면 마치 그곳에 살고 있는 모든 주민들이 덩달아 잘 살게 될 것이라고 믿는 것은 지역의 물신화에 의한 착각일 뿐이다.

       지역주민을 위한 입체적 과정

 따라서 '국제자유도시'는 지역주민들의 질적 생활향상에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는가를 사고(思考)의 발단으로 하여 계획이 수립되고 추진돼야 한다. 독특한 문화와 역사를 가진 지역주민들을 도외시하고, 오로지 합리적 목표라는 구실로 그것만을 추구할 경우, 아무리 원대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주민들로부터 공감을 얻을 수 없다. '개발이 대가로 지역주민들의 의미 있는 생활이 파괴된다면, 그런 개발은 차라리 그만 두는 게 낫다'는 주장은 괜한 트집이 아니다.

 물론 국제화 시대에 사고의 폭도 그만큼 넓어야 함을 나는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제주사람'의 의식은 '제주'를 공간으로 한 사회적 역사적 산물임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제주'라는 자연적 환경에 대처하고 적응하기 위해 지혜로 엮어낸 것이 바로 생활의 틀이며, 그것에서 우러나는 것이 생활 감정이다. 그곳에서 '제주사람'의 의식은 도출된다. 따라서 지역사회의 자연적 역사적 환경과 특정한 문화적 조건들을 외면한 그 어떤 개발도 지역주민들 입장에서는 아무 의미가 없다. 우리가 '국제자유도시'를 단순히 개발이라는 평면적 문제로 보기보다는, 굳이 '제주사람'이 '제주'라는 구체적 공간에서 생활터전을 가꾸어 나가는 입체적 과정으로 보고자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분석 대상의 기준은 '제주사람'

 그렇다면 결론은 자명하다. '국제자유도시'가 한쪽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이 시대에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개발전략이라면, 이 땅에 살고 있는 '제주사람'을 분석 대상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개발의 기능적 측면에만 눈을 돌리고, 그것의 본질적 측면은 애써 눈을 감고 넘어 가려는 생각을 가지고서는 오늘의 문제를 올바르게 진단하고 해결할 수가 없다. 개발의 이면을 아름다운 말로 포장하는 거추장스러운 허위의식에 벗어나지 못하는 한, 진정 의미 있는 '국제자유도시'를 이룰 수 없다.

 다소간의 유휴자원의 이용이 가능해졌다고 하여 그것이 대다수 주민들의 질적 생활 향상으로 곧바로 연결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너무 순진하다. 일부 특정계층에게는 그것을 가져다 줄지 모르나, 대다수 주민에게는 부(負)의 생활 향상만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그 엄연한 사실에 냉정할 필요가 있다. 이때 만일 소수의 동적 부분과 지리적 개발효과가 결국 공간체계의 나머지 부분에 파급되고, 그것이 주민 생활의 질적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낙관적 판단을 거론한다면, 그것은 개발만능주의자의 잠꼬대일 뿐이다. 개발에 대한 일반의 인식이 크게 달라졌다고 하여 다르지 않다.

 '국제자유도시'의 성공여부는 지금 장담할 수 없다. 벌써부터 기본 전략의 수정을 주장하는 소리도 들린다. 어찌하든 초장에 철학적 기초를 바로 세워 놓아야 한다. 좋은 결과를 얻으려면 시작부터 잘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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