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돌 고려대 교수는 충남 연기군 조치원 신안1리 이장이다.
감히 어떻게 일류대 교수가, 그것도 외국에서 박사 학위까지 받은 학자가 마을이장을 한단 말인가?
그렇지만 그는 분명 마을 이장이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브레멘대학교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미국 위스콘신대 노사관계연구소 객원교수를 역임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마을 이장으로 현재 한 건설사의 고층아파트 건립에 반대해 행정 당국과 싸우고 있다.
그는 아침마다 부춧돌형 잿간에 똥을 누고 “똥아, 잘 나와서 고마워”라 인사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아이를 셋이나 낳았고, 밥상에서 “밥이 똥이고 똥이 밥이다”를 강조하며 산다.
돈의 학문 대신 삶의 학문을 추구하고, 죽은 이론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실천을 추구한다.
그는 2005년 5월부터 마을이장을 시작하였다.
매주 한번 아이들을 모아놓고 ‘글쓰기 교실’을 진행하기도 하며, 고려대 서창캠퍼스에서 삶의 경영을 가르치고 있다.
그렇다. 그는 분명, ‘큰 것’보다 ‘작은 것’이 야무지고 효율적임을 실천으로 증명하는 지성인이다.
경제학자 프리츠 슈마허는 일찍이 ‘작은 것이 아름답다’고 했다.
작은 것이 자유롭고, 창조적이고, 효율적이다.
그러나 우리 모두 큰 것만을 추구하면서, 큰 학교를, 큰 회사를, 큰 단체를 선호하고, 우리나라가 대국이 되기를 소망하며 살아왔는지 모른다.
톨스토이의 ‘사람은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 라는 소설에서처럼, 사회는 끊임없이 더 큰 땅을 차지하려 하고 있지만, 결국 주인공이 차지한 땅은 자기가 누울 만큼의 묘지뿐이다.
그런데 요즘 제주 정가에는 ‘큰 것’만을 바라는 사람이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거기다가 도민 혈세까지 축내고 있으니 말해서 무엇 하랴.
지방의원을 하다가 임기도중에 국회의원에 출마한다며 의원직을 내팽개친 경우가 바로 그것이다.
그렇지만 그는 중앙당 공천 경쟁에서 탈락하였다.
개인은 당선될 경우 ‘신분 수직 상승’으로 영광을 누릴지 모른다.
그렇지만 후임자를 대신할 보궐선거를 치르자면 적지 않은 지방재정이 지출된다.
‘작은 것’의 아름다움을 내팽개친 결과가 얼마나 큰 것인지 보여주는 결과이다.
보궐선거가 치러질 경우 3억 원 가량의 선거경비가 든다. 여기에 ‘정치 철새’ 논란까지 일고 있다.
도의회 무소속 의원 8명이 그 ‘의원’을 공개 지지했다는 어처구니없는 사실이다.
“무엇을 맡겨도 잘 해낼 것”이라는 옛 동료의원에 대한 ‘무한사랑’ 때문이라는 것이 지지 이유다.
현재 우리들은 생활 곳곳에서 대형화를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인간의 신체모습에도 키가 커야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미인대회에서도 장신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작은 것이 가지는 아름다움을 잊고 큰 것이 주는 충족감에 빠져 있다.
과일을 고를 때 왠지 큰 것이 싱싱해 보이며 맛있고 실하게 보인다.
하지만, 과일은 작은 것이 더욱 맛있다.
작은 것은 단단하고 알차서 사각사각 거린다.
이처럼 큰 것을 좋아하는 경향은 현대 산업 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의 잠재 속에 스며들어 작은 존재에 대한 중요성과 필요성을 망각시켜 생활을 황폐화 시킨다.
다시, 분명히 말한다.
도민들은 이제 보혁구도를 뒤로하고 우리 현실에서, 누가 도민에게 피해(被害)를 주는 지도자인가를 가를 필요가 있다.
지난 7월 9일 저녁 8시에 신안1리 마을회관에서 긴급 주민총회가 열렸다.
주민들은 대림아파트 공사와 관련된 주민 집단행동에 관한 향후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
마을이장 강 교수는 여기서 포기하고 좌절하면 아무 희망이 없지만, 열심히 싸우면 희망의 가능성은 열리게 된다고 강조했다.
우리 모두, 작은 것이 아름다움을 실천하는 그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자.
김 관 후
시인/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