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담하기만 할뿐이다. 어디부터 손대야 될지 모르겠다"
지난 11일 시간당 100mm의 많은 비가 내리면서 남제주군 표선면 성읍 민속마을 주민들은 이날 새벽 암흑천지 속에서 밤을 지새웠다.
성읍 1리장 변문섭씨(43)는 "몇 년 전부터 비만 오면 물바다로 변해버려 동네 주민들 볼 면목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12일 잠정집계결과 성읍리는 침수 52가구를 비롯 상가(소매점)11곳과 농작물 침수 1300여 ha, 천미천 호안 50m 및 신수왓천 40m가 유실되는 피해를 입었다.
가장 피해가 컷던 민속마을 남쪽 상가지역 토산품 6곳과 식당 10곳은 물이 허리까지 차 오면서 이 곳 업주들은 '대책이 서지 않는다' '기가 막히다'며 한탄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연신 손과 발은 쉴 틈이 없었다.
빗물이 도로위로 넘쳐 10여m 구간이 유실된 서귀포방면으로 이어지는 16번 국도 끝자락.
고지대에 위치한 이 곳은 얼마 전 하천 하수구 공사를 시작했으나 당시 문제가 많았다고 한다.
이 곳 주변에 1000여 평을 소유한 김모씨는 "하수구 입구가 좁아 하천으로 유입되지 못할 경우 물이 넘치게 된다"며 "입구를 크게 말들어 줄 것을 몇 번이나 요구했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또한 도로 옆 배수로는 좁디좁아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한 상태였다.
결과는 바로 드러나 김씨는 자신의 밭이 모두 물에 잠겼으며 돌담 대부분이 쓰러지는 피해를 입었다.
또한 이 하천에서 100m가량 떨어진 주민 박모씨(51)는 "도로에 넘친 물로 인해 새벽 2시부터 물이 차 오기 시작하는데 순식간이었다"며 "누전 차단기까지 내려져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상황이어서 속수무책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면사무소 등 배수 지원도 거의 없는 상태여서 저지대인 곳은 매번 위기를 자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변 이장은 "많은 비가 내릴 줄 몰라 비상대기도 하지 않았다"며 기상청을 원망하면서도 "하천 하수구 공사와 농로마다 연결된 하수구가 제기능을 발휘했으면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기상청의 정확하지 못한 '고무줄 예보'도 한 몫 했지만 대부분 주민들은 애초부터 행정기관의 하수처리시설에 문제가 많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