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현장을 찾아서-조흥택시(7)
중소기업 현장을 찾아서-조흥택시(7)
  • 한경훈 기자
  • 승인 2004.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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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업, 말로는 '대중교통' … 행정으론 '고급교통'"

‘낮에는 자가용, 밤에는 대리운전, 관광철에는 렌터카, 그리고 경기침체’
조흥택시 부행균 사장은 사면초가에 빠진 도내 택시업계의 사정을 이렇게 집약했다. 한때는 개인택시 사업면허를 받을 경우 동네잔치까지 벌였을 만큼 잘 나가던 택시사업. 그러나 지금은 불황의 깊은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초등학교 졸업 후 파출소 사환을 시작으로 구두닦기, 선원 등 밑바닥 인생을 전전하며 온갖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는 부 사장. 그런 그도 요즘이 인생에서 가장 어렵다고 말한다.

그가 40년 역사의 조흥택시를 인수해 운영한 때는 1999년. 2002년 10월까지는 나름대로 영업이 괜찮았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공차율이 증가하는 등 돈벌이가 시원치 않아 운전을 그만두는 기사마저 늘고 있어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이는 자가용 증가, 대리운전업 진출 등 택시업계의 영업기반이 갈수록 좁아지는 데다 LPG가격은 크게 오르면서 빚어진 현상이다.
도내 법인택시가 통상 2인 1조로 운행하는 것을 감안하면 조흥택시의 경우 기사 86명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 인원은 58명에 불과해 보유차량 43대 중 10여대는 그냥 차고에 세워두는 실정이다. 이 같은 현상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지역의 35개(1582대) 법인택시가 공통으로 겪는 어려움.

“기사들은 승객감소에다 연료비 인상이 맞물려 최저생계비(4인가족 기준 105만원)에도 못 미치는 수입에 실망, 업계를 떠나고 있다”고 부 사장은 진단했다.
현재 도내 택시기사들의 한 달 평균수입은 기본급여(42만1490원)에 상여금 등 각종 수당을 합한 고정수입 90여만원을 포함, 100만원 남짓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하루 14시간 정도 일하고도 사납금 12만원과 연료비 8만원 정도를 빼면 1만원 벌이도 안 되는 셈이다.
요즘 새벽 2~3시면 공항 부근이 택시들로 혼잡을 이룬다고 한다. 거리에 나서도 손님이 없자 기름값이라도 아껴보자는 생각에서 나온 신풍속도라는 것이다.

부 사장은 이에 대해 “자가용 증가나 경기침체 등으로 승객이 감소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해도 대리운전에 대해 수수방관하고 있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강한 불만을 털어놨다.

세금도 내지 않는 신종업종이 기존 업종을 존폐위기에 내모는데도 대리운전에 대해 실태도 파악하지 않고, 법적 규제도 않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또 도에서 펼치는 청년인터제 등 실업대책도 효율적이지 못하다고 꼬집었다. 3개월 후면 다시 실업상태로 돌아가는 사람을 대상으로 예산을 쏟아 넣을 게 아니라 고용효과가 높은 업종이 회생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올바른 실업대책이라는 것이다.

현재 도내 법인택시 고용인원은 모두다 50명을 넘는다. 도내 4만1756개 기업 중 고용인원 50~97명인 기업이 단 207개소임을 고려하면 도내 택시업이 고용에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부 사장은 이러한 점을 강조한 뒤 “택시업은 ‘말로는 대중교통 행정으로는 고급교통 수단으로 취급받고 있다”면서 “택시업계가 살아날 수 있는 길은 ’준 공영화‘ 해서 지원을 강화하는 것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버스와 같이 경영적자분을 보전해 주는 한편 LPG 면세 및 부가가치세 면제폭 확대 등의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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