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발전하려면 공무원들의 사고방식부터 뜯어 고쳐야 합니다.
제가 구좌읍 지경에 땅을 갖고 있는데 지적부 상에 도로로 등재되지는 않았지만 도로가 개설되어 있는데 맹지라고 건축허가를 내어주지 않아 골탕을 먹고 있습니다.
법원의 판례에도 지적부에 등재여부와 관계없이 실질적으로 이용되는 도로가 있다면 건축허가를 내줘야 한다고 하고 있으며, 이러한 자료를 인터넷상에서 발췌하여 보여드리면서 항의를 해보았지만 막무가내로 거절당했습니다.
더구나 도의원의 도정질의에 따른 도지사의 답변도 실질적으로 도로가 개설되어 있는 곳은 개발이 가능하도록 규제완화를 하겠다고 했는데 일선 공무원이 처사는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아서 행정심판 청구를 드린 상태입니다.
이건 단지 제 문제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제주도민의 피해와 직결되는 것이기에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도로가 있어도 맹지 취급을 당하여 외지인에게 헐값으로 매각되고 있으며, 외지인은 여러 필지를 합필하여 손쉽게 개발하고 막대한 개발이익을 챙기고 있는 실정입니다.
도내에 이런 연유로 피해를 보는 토지가 수천필지에 이르고 있다고 봅니다.
어떵 좀 공무원들의 사고를 바꿀 수 있게 신문에 글 좀 올려 줍서”
사무실에 찾아와 가끔 어려움을 토로하는 주민들의 이야기 중 하나이다.
이야기를 듣다보니 대불산업단지의 전봇대가 생각났다.
25일 취임식을 가진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일 때 차량운송에 지장을 주는 도로변의 전봇대를 공무원들의 무시안일의 상징으로 보았다.
대통령 당선인의 말 한마디에 몇 십년동안 교통에 지장을 주던 전봇대는 즉시 뽑혀나갔다.
그 곳을 드나들던 주민들은 앓던 이를 뽑아버린 것처럼 후련했을 것이다. 이것이 실용주의를 내세우며 새로 들어서는 이명박 정부의 행동철학임을 실감케 했다.
실용주의(Pragmatism)란 1870년대 미국의 신학자 피어스가 주장했던 이론으로 19세기말에 윌리암 제임스와 죤 듀이 등이 세계적으로 널리 전파한 철학사상이다.
실용주의는 행동을 중시하며, 사고나 관념의 진리성은 검증을 통하여 객관적으로 타당한 것이어야 한다면서 실제 결과가 진리를 판단하는 기준이라고 하고 있다.
따라서 실용주의는 불필요한 명분에 사로잡히지 않고 실질적인 필요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실용을 국가정치에 접목시켜 성공한 대표적인 정치가 등소평은 쇠락한 공산주의를 청산하고 자본주의를 받아들이는 실용노선을 택함으로서 성장기반을 다져, 13억 중국인을 가난에서 벗어나게 만들어 세계강국으로 이끌어 낸 영웅이라고 할 수 있다.
대통령의 실용이 성공하려면, 먼저 공무원들의 의식 속에 ‘실용 인프라’부터 구축해야 된다고 본다.
행정은 주민의 복리증진을 위한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공무원들이 각종 법률과 자치단체에서 제정한 조례까지 철저히 지켜야 한다는 당위론적인 것을 부정하려는 것은 아니다.
‘법대로 한다.’는 식이 행정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제도의 허점으로 주민에게 불편을 주고 있다면 어떻게 해결하여 편의를 제공할 것인가를 생각하는 공무원의 자세가 요구되고 있다.
행정의 경직성이 주민의 재산권침해나 편의를 무시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아니 된다.
어설프게 알고 있는 원칙론자들이 책상머리에 앉아 단편적인 지식에 의지하여 공자왈 맹자왈 하며 속절없는 허장성세(虛張聲勢)에 민원인들의 애간장이 타들어간다.
국록을 받는 공무원의 기본자세는 주민복리에 최선을 다해 이바지하겠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본다.
대민행정에 있어서 민원이 되고 있는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 해결책은 과연 없는가, 타 지자체는 유사사례를 어떻게 처리 했는가 조사해 보고, 상급기관에 질의도 하면서 최상의 해결책을 찾아내어 도와주려는 의지가 필요하다고 본다.
민원인 스스로 찾아낸 자료까지 그 진위여부를 파악하려하지 않고 무시해버리는 경직된 자세로 근무하는 공무원들이 있는 한 제주의 미래는 암담하기만 하다.
공무원들은 명분보다 실리를 추구하는 실용주의에 입각하여 자기혁신과 자기계발에 전력투구하고 절차탁마(切磋琢磨)로 능력을 키워서 대민봉사로 도민의 삶을 어떻게 살찌울 것인가의 해법을 찾아내야 한다.
탁상행정이 아닌 발로 뛰는 적극적인 행정, 찾아가는 서비스, 고객 중심, 민원인 중심, 수요자 중심의 행정을 펼침으로서 민원인이 만족한 결과를 얻게 될 때까지 최선을 다하는 공무원으로 변할 때 제주특별자치도의 미래가 열리게 될 줄 안다.
강 선 종
총괄본부장/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