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有史이래 첫 가장 큰잔치
경남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 44가구에 주민 120명이 사는 작은 시골이다. 이 촌락에 난리(?)가 났다.
마을은 온통 노란 풍선물결이었다. 전체 마을인구보다 100배나 많은 1만여 인파가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북과 꽹과리를 동원한 사물놀이가 온통 마을을 휘저으며 신명을 피웠다.
마을을 방문한 사람들에게는 누구에게 랄 것도 없이 김이 무럭무럭 피어오르는 푸짐한 국밥 한 그릇씩 돌아갔다. 그래서 만나는 사람들의 얼굴은 잘 익은 농주처럼 불콰하게 익어 흥에 취해있었다.
25일, 청와대를 떠나 고향마을로 돌아온 노무현 전 대통령 내외를 환영하는 마을 큰 잔치가 벌어졌던 것이다.
정말 큰 잔치였다. 이 마을이 생긴 이래 처음이라 했다. 이런 규모의 큰 잔치는 다시는 없을 것이라니, 전무후무(前無後無) 큰 잔치다.
솥 19개를 걸고 쌀 10가마, 무 1톤, 콩나물 40통 등으로 끓인 국밥이 1만 명분이라 했으니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노 전 대통령은 이렇게 미증유(未曾有)의 거창하고 요란한 환영행사 속에 고향으로 돌아온 첫 번째 퇴임대통령이 되었다.
말 많고 탈도 많았던 정권 5년
노무현 정부 5년은 말이 많았다. 탈도 많았다.
통치문화 부재, 정당정치 파괴, 포퓰리즘과 아마추어리즘과 극심한 양극화 등 일찌감치 ‘실패한 정권’으로 낙인찍혀 왔다.
최근 한국 갤럽이 조사한 여론조사에서도 국민 63.2%가 노대통령 5년간 국정운영이 잘못됐다고 했다. 5년전 노대통령 당선이 잘못이라는 응답도 절반가량(49.7%)이었다.
여기에다 진보성향 학자들로부터도 “솔직하고 소탈함을 넘어선 대통령의 부박(浮薄)한 언어구사 능력으로 5년 내내 국민에게 냉소와 피로감만 안겨줬다”는 혹독한 비판을 받고 있다. 최근 발간된 학술 계간지 ‘황해문화’ 봄호에서다.
역대 정권 중 가장 진보적 정권으로 평가받는 참여정부가 진보학자들에게서 까지 이렇게 신랄한 평가를 받는 것은 여간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보수는 물론 진보 쪽에서 까지 ‘왕따’를 당하면서 퇴장하는 참여정부의 뒷모습은 그래서 더욱 쓸쓸하게만 보인다. 안타깝고 안쓰러운 일이다.
그러나 떠나는 뒤에서 돌팔매질을 하는 것은 온당한 일이 아니다. 아무리 시류(時流)가 손가락질을 한다고 해도 그렇다. 너무 매몰차고 매정한 일이다.
참여정부의 공과(功過)는 감정에 의해 재단되어서는 안 된다. 사실과 지표에 근거해 정당한 역사적 평가가 이뤄져야 할 부분이다.
존경받는 전직 대통령 됐으면
그러기에 노무현 정권 5년을 부정적으로만 평가하려는 편견에서 벗어 날 일이다. 어떤 일이든지 시각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긍정과 부정은 시각차에서 나온다.
노무현정권 역시 과(過) 못지않게 공(功)도 있을 것이다. 권위주의 타파, 부정부패와 정경유착 단절, 돈 안 드는 깨끗한 선거문화 선도 등도 여기에 속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고향으로 돌아간 첫 퇴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역사에 맡기고 따뜻한 마음으로 그의 귀향을 지켜봐야 하지 않겠는가.
잘했든 못했든 5년간의 국정 경험은 국가의 소중한 공적(公的)자산이나 다름없다. 어떤 형태로든 그것은 역사적 교훈이 될 수밖에 없어서다.
그래서 실패의 경험에서 성공한 전직 대통령으로 부활한 지미 카터 전 미국대통령의 경우는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을 일이다.
가장 실패했다는 미국 대통령에서 퇴임 후 가장 돋보이는 전직 대통령으로 존경받고 있기 때문이다.
“퇴임 후 고향에 돌아가 농촌 공동체와 생태계 복원 등 환경운동과 지역봉사활동에 전념 하겠다”던 노무현 전대통령의 귀거래사(歸去來辭)가 존경받는 전직(前職)으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금까지 권력을 겨냥했던 ‘비판의 날’을 거두어 오늘은 그래서 “지난 5년 참으로 수고 많으셨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다. “정말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김 덕 남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