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의 ‘체육’을 바라보는 시각은 달랐다.
이명박 신정부는 체육을 중시 여겼고, 김태환 도정은 체육을 그다지 중요한 존재로 인식하지 않았다.
국회의원들은 체육을 중요한 국가정책으로 인식했고, 제주도의원들은 체육을 그저 그런 정책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 인식했다.
신정부 조직개편안과 도조직개편안은 처음 국회의원과 도의원간의 치열한 논리싸움을 보이면서 닮은 꼴 모양을 그렸다.
하지만 마지막 뒷심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중앙에서는 체육계의 요청을 수용하면서 종전 문화관광국을 문화체육관광부로 명칭을 개칭, 15부에 포함시키며 10년만에 체육이란 명칭을 중앙 조직에 삽입시켰다.
하지만 스포츠 메카를 자처하던 제주도와 도의회 행자위는 도조직에서 스포츠(체육)이란 명칭을 과감히 삭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명박 정부의 조직개편안에 따르면 15부 2처로 15부에는 기획재정부, 교육과학기술부, 외교통상부, 통일부, 법무부, 국방부,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농수산식품부, 지식경제부, 보건복지가족부, 여성부, 환경부, 노동부, 국토해양부 등이 포함돼 있다.
정부조직에 체육이란 명칭이 삽입되면서 이에 대한 지원도 전보다 나아질 것이란게 중론이다.
이런 점에서도 체육인들은 이번 조직개편안을 환영하고 있다.
필자는 “이름이란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중요한 일”이라 말한 적이 있다.
이런 점에서 체육이란 이름을 10년만에 되찾은 일은 체육계로써는 정말 대단한 일이다.
그만큼 체육이 그동안 정부로부터 홀대 받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제주도의 사정은 신정부와 다르다.
도 조직개편안이 지난 22일 도의회 행자위에서 일부 수정을 거치면서 가결됐다.
본회의 의결이 남았지만 대체적으로 행자위 수정안이 그대로 통과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수정안에는 아쉽게도 중앙정부와는 달리 체육이나 스포츠란 명칭을 찾아 볼 수 없다.
이 수정안에 따르면 종전 문화관광스포츠국을 교통관리단과 통합, 문화관광교통국으로 개칭했던 용역 원안 그대로를 수용하고 있다.
이로써 도조직에서 스포츠(체육)이란 말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이것과 관련해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실제 그동안 스포츠란 명칭을 써왔던 지자체는 전무한 상태였다.
제주도가 스포츠 메카라고 자처할 수 있었던 것도 조직도에 스포츠란 명칭이 있었기 때문이다.
스포츠란 명칭을 사용한다는 것은 그만큼 관련 지자체가 체육에 관심을 두고 행정을 추진하고 있다는 반증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여위치가 않다.
스포츠란 단어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스포츠 산업과는 그대로 존치하는데도 관련 공무원들은 힘이 나지 않을 것이다. 도체육회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름을 호적에서 없애버렸으니 그 심정은 오죽하겠는가.
그동안 김태환 도정은 이명박 신정부와 보조를 같이하고 있다는 인상을 풍겨왔다.
신정부가 영어공교육 강화 카드를 꺼내들자 김 도정은 그 즉시 공무원 영어교육 강화라는 카드로 응수했다.
또한 신정부가 경제성장률 6%의 카드를 뽑자, 김 도정은 3년간 지역내 총생산 성장률 평균 6%대 상승이란 카드를 내밀었다.
하지만 조직개편에 있어서는 서로 엇박자를 냈다.
중앙에서는 체육이란 명칭을 살리며 체육인의 의기를 살렸지만 제주도와 도의회는 체육이란 이름을 삭제함으로써 도내 체육인의 의기를 꺾어 버렸다.
제주도는 연간 수많은 전지훈련팀과 국제·국내대회를 유치하고 이를 통해 관광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고 스포츠에 대한 자체 평가를 하고 있지만, 체육은 아직도 도조직에서 그리 중요한 존재가 아님을 이번 조직개편안에서 보여줬다.
제주도가 아직도 스포츠의 메카를 자처할 수 있을까. 이 부분에서는 회의적이다.
제주가 진정한 스포츠의 메카가 되기 위해선 체육(스포츠)란 이름을 존치시켜야 함에도 그렇지 못한게 아쉬울 따름이다.
고 안 석
체육/편집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