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초기 검거 못하고, 공개수사 시작 시점도 늦어
제한된 지역 범행, 범인 추적 한계…수사력 향상 절실
무려 24일 동안 안덕면 지역을 휘젓고 다니며 주민들을 불안에 떨게 한 연쇄강도 용의자 김 모씨(53)가 20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제한된 지역 범행, 범인 추적 한계…수사력 향상 절실
뒤늦게나마 주민들이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안정을 되찾아 생업에 종사할 수 있게 된 것은 다행이지만, 이 사건이 남긴 문제점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무엇보다 경찰은 용의자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전에 검거했어야 했다.
물론 경찰의 수사망이 용의자 자신에게 좁혀오자 자살을 선택한 것으로 보이지만, 경찰의 수사가 민첩하고 좀 더 과학적이었다면 용의자를 조기에 검거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초동수사와 공개수사는 수사의 기본 원칙이다. 이 사건도 발생 초기에 사건 현장을 중심으로 치밀한 수사를 폈다면, 이미 용의자를 검거해 자살도 막고, 연쇄적인 범행도 차단할 수 있었다.
그러나 경찰은 지난 달 28일 첫 강도사건 후 4차례나 연쇄적으로 발생할 때까지 속수무책이었다. 자체 수사력 만으로 용의자 검거가 어려웠다면 과감히 공개수사에 들어갔어야 했다.
하지만 서귀포경찰서는 지난 14일에야 은행 현금인출기에서 잡힌 용의자의 인상착의를 토대로 현상금(200만원)을 걸고 공개수사로 전환했다. 한 마디로, 너무나 단순.순진하고 뒤늦은 공개수사였다.
경찰은 이 때까지는 용의자의 인상착의를 특정짓지 못했다고 할지 모르나, 피해를 본 주민들의 진술에 의해 용의자의 몽타주와 추정되는 나이.신장.체형 등을 담은 전단을 만들어 배포할 수도 있었다.
주민신고가 사건 해결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 지에 대해선 경찰 스스로가 더 잘 아는 일이다.
뿐만아니라, 연쇄강도의 범행 장소도 안덕면 중심의 특정된 곳이고, 공간도 좁은 지역이었다. 좀 더 깊숙이 거미줄 수사망을 폈더라면 연쇄적인 범행 과정에서 용의자를 조기 검거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사건 초기 전과자 조회를 철저히 하지 않은 것도 문제였다. 자살한 용의자 김 씨는 2002년.2005년 등 3차례나 절도 혐의로 검거됐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강도사건과 절도사건은 유사성이 있는 데도 이 부분에 대해 민첩히 대응하지 못했다.
더구나 경찰은 지난 19일 용의자 김 씨의 신원을 확인하고도 검거에 실패했다. 김 씨의 자살 현장도 과수원 주인에 의해 발견됐다.
결국 이 사건 수사에서 보여준 경찰의 수사력은 아마튜어 수준이었다.
경찰은 특히 강력사건 등의 수사력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장기간 수사 끝에 해결된 양지승 어린이 실종 살해사건과 어린이집 여교사 살해사건 범인의 자살 사건에서도 경찰은 수사력에 문제를 드러냈었다.
경찰은 이번 연쇄강도 사건은 물론 이들 사건 등의 수사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냉철히 분석하고, 치안력과 수사력을 선진기법으로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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