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대보름은 새해를 맞이하여 처음으로 만월이 떠오르는 날이다. 우리 한반도의 민속에는 어쩌면 설날보다 더 큰 명절이기도 하다.
경향 각지에서는 지역 특유의 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우리 제주시에서 펼치고 있는 ‘정월 대보름 들불축제’야말로 평화와 번영, 제주 시민들의 무사안녕과 행복을 기원하는 대축제의 한마당이다.
이 행사가 올해로 10주년이 되고 있으니 더욱 의의 깊은 축제가 아닐 수 없다.
애월읍 봉성리 새별 오름에서 개최되는 이번 축제는 제주민속 체험의 날(2월 21일, 음력 정월 보름) 행복기원의 날(2월 22일) 소원 기원 오름 불 놓기의 날(2월 23일) 등의 순으로 3일 동안 진행된다.
첫날에는 풍년기원제, 열창 다함께 차차차, 풍물 길트기, 도립예술단 축하공연, 달집 만들기 경연대회, 태고의 불꽃쇼 둘째 날에는 태권무 공연, 어린이 사물놀이, 제주어 말하기 시연, 집줄 놓기 경연, 마상망예 공연, 행복기원 불꽃쇼 셋째 날에는 민속 예술 공연, 듬돌들기, 민속노래자랑, 민요 한마당, 오름 불 놓기, 쥐불놀이 체험, 조명 및 레이저 쇼 등 흥미진진한 프로그램으로 엮어져 있다.
서울에서 모 시인으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제주의 정월대보름 들불축제는 다양한데 특히 말의 사랑싸움이 매우 흥미로워 회원들과 함께 구경 오겠다는 것이 아닌가, 순간 나는 그만 대답을 잃고 말았다. 민속경기인 말싸움이 제외되었기 때문이다….
동물보호법이 개정(2007.1.31) 되면서 동물학대의 금지 조항에 도박 광고 오락 유흥 등의 목적으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가 추가됐다.
1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이법이 금년 2월부터 시행되면서 닭싸움과 개싸움 등 동물싸움이 금지됐다.
그러나 예외 없는 규칙은 없다는 말대로 ‘민속경기’ 등 농림부령이 정하는 경우는 제외한다는 단서 조항이 있다.
그런 단서 조항이 없다면 다시 거론할 필요가 없지만 단서 조항에 근거를 두어 제주시가 요청한 말싸움 민속경기에 대해서 노무현 정부의 농림부는 불허해버린 것이다.
경상남도의 진주논개제(5월하순)와 개천예술제(10월 초순) 개최시 소싸움 대회가 열린다.
진주 소싸움은 신라가 백제와 싸워 이긴 전승기념잔치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지금은 이 소싸움이 전국 11개 지방자치단체에서 개최하고 있다.
개싸움, 닭싸움, 소싸움, 말싸움, 인간싸움이든 싸움에 대해서 근본 의의를 고찰해 보아야 하겠다.
싸운다는 말은 국어사전에 의하면 말(言)이나 힘 무기 따위로 상대를 이기려고 다투는 것이라고 해설하고 있으며 체전에서 우승을 놓고 싸우다, 장애 곤란 등을 극복하려고 싸우다, 병마와 싸우다, 가난과 싸워가며 공부하다 등으로 예시를 하고 있다.
이 세상에서 싸움이 없는 곳이 어디 있겠는가.
싸움이 부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발전적인 면도 있는 것이다. 동물 중에도 호랑이와 사자의 밥이 되기만 할 것이 아니라 방어력도 있어야 할 것이다.
말싸움을 놓고 볼 때도 그렇다.
싸움을 자주하는 말이 건전한 체구를 유지할 것이 아닌가.
가만히 축사에 가두어 사료나 먹는 소보다 들판에서 뛰어다니는 소들의 육질이 더 좋은 것이다.
말굴레, 말말뚝, 말안장 등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인간에게도 매서운 경기가 있다.
권투, 태권도, 격투기, 레슬링, 합기도, 쿵후 등에선 상대방이 날린 주먹으로 즉사하는 경우도 있지 않은가.
들판에 있는 말들은 수시로 싸우고 있다.
그런데 축제의 장에서의 말싸움은 한 순간에 불과하다. 말싸움이 생명이 끊어지는 권투와 같은 싸움은 아니다. 제주의 말싸움은 민속경기일 뿐이다.
동물싸움이 동물학대냐 민속경기냐의 판가름 속에서 현명한 판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제주도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벌어지는 민속을 동물애호 차원에서 중단하는 것이 국익이냐 아니면 외국관광객들이 즐겨 찾을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국가의 이익이냐 하는 것은 심사숙고해야 할 매우 중차대한 일이다.
동물보호법을 강조하면서도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소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설을 해야 할 것인가.
제주도는 전국에서 하나밖에 없는 특별자치도다.
자치도가 탄생할 때 정부에서는 외교 국방문제 외에는 제주도 자체에서 책정 시행하기로 하고 미국의 주정부에 준하는 체제를 갖춘다고 하였다.
그런데 제주에 오가는 비행기 이착륙 회수와 요금까지도 간여를 못하게 되었고 최근에는 제주의 고유한 민속에도 제동을 건 것이다.
이러한 문제들을 새 정부에서는 과감히 해결해 주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글로벌시대에 제주관광 발전이 한반도 관광발전의 초석임을 명심하여야 할 것이다.
최근에 도청에서 제주관광의 바가지 요금을 중심으로 한 문제점들을 파헤친 것은 관광운영적인 면에서 매우 바람직한 처사다.
한라산 주변에는 수많은 동식물 자원들이 산재해 있다.
수목원, 식물원들을 더욱 확대하여 내국인은 물론 전 세계인들까지 즐겨 찾는 식물생태 탐구지로 가꾸어 나가야 할 것이다.
특히 눈 오는 겨울에도 날아다니는 나비 박물관처럼 온갖 곤충들의 박물관을 확대 설치해 나간다면 한반도의 제일 남쪽에 떠 있는 섬, 제주도는 전 세계인이 즐겨 찾는 관광의 보고가 될 것이다.
문 태 길
제주특별자치도 관광협회 지역발전 아카데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