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아기울음소리 끊긴 山南
[데스크 칼럼] 아기울음소리 끊긴 山南
  • 정흥남
  • 승인 2008.02.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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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울음소리가 들려야 땅값이 오른다’

부동산업계에 전해지는 토지투자 격언의 하나다.

아기가 태어난다는 것은 젊은 부부가 많이 산다는 것이고 젊은 부부가 많다는 것은 일자리가 많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의미한다.

일자리가 많으면 사람들이 모이게 마련이고 취업자는 그 일대에 주택을 마련, 살 자리를 마련하게 된다.

아이들은 성장과 함께 시장의 새로운 수요층으로 자리 잡게 마련이고 이들의 수요를 맞추려는 각종 경제주체들이 탄생한다.

이에 따라 토지와 건물에 대한 수요가 늘어 자연스럽게 건물과 땅값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반대로 아기 울음이 없는 사회엔 활력이 없고 노령층이 주류를 이뤄 사회발전이 더디게 진행될 수 밖에 없다.

지난 15일 서귀포시 제1청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에 대한 서귀포시의 새해 업무보고장에서 한 도의원은 “지금 산남지역 농어촌에서는 아기울음소리가 멈췄다”고 일갈했다.

산남지역 젊은층 이탈과 이로 인해 노령층 인구가 늘고 있는 현실을 꼬집은 것이다.

산북집중 갈수록 심화

2006년 7월‘역사적’인 제주특별자치도 출범과 함께 지역균형발전이 최대 과제로 떠오르고 있지만 농어촌 지역 인구는 갈수록 줄어드는 등 지역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산남지역 인구감소세는 더더욱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 제주도가 발표한 인구통계 자료에 의하면 2007년 12월 31일 기준 제주도 총인구는 56만3388명(외국인 4130명 포함)으로 2006년말 보다 1693명(0.3%) 늘었다.

그런데 행정시별 인구편중은 더욱 심화돼 지역균형발전이 뒷걸음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시 인구는 40만8364명으로 전년보다 2545명(0.6%) 증가한 반면 서귀포시는 852명(0.5%)이 감소한 15만5024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제주시는 지난 10년간 꾸준히 인구가 증가하고 있지만 서귀포시는 지난 1999년 16만4006명을 최고로 이후 감소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행정시별 인구분포는 제주시 72.5%, 서귀포시 27.5%의 비율을 보였다.

제주시 집중현상이 더 공고해지는 것이다.

1년 6개월 전 제주도는 특별자치도 출범과 함께 직제를 개편, 도 본청 4개 부서를 서귀포시로 이전했다.

 이 같은 결정은 당시‘제주특별자치도의 성공적 추진과 도민화합, 그리고 지역균형발전을 실천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로 평가됐다.

 “소외와 차별이 있었던 과거의 제주도가 아니라 참여와 평등을 여는 제주특별자치도의 시발점”이라는 찬사로 이어지기까지 했다.

그러나 특별자치도 출범 2년도 안돼 당시의 찬사는 비아냥으로 바뀌었다.

상호공존 대안 마련돼야

산남·북 불균형 문제는 산남지역이 제주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되고 각종 문화 교육시설이 부족하다는 일차적인 현상만을 바탕으로 처방을 내려서는 안 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구조적이고 시스템적인 방법으로 근본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옛 제주시권과 다른 지역을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제반분야에서 복합적으로 연계하는 균형된 시각이 균형발전이 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혁신도시가 건설되면, 영어전용타운이 생기면, 제2혁신도시가 생기면...

멀지 않은 장래에 잘 될 것이라는 막연한 ‘장밋빛 청사진’은 말 그대로 말의 성찬일 뿐이다.

산북과 산남이 하나의 지역공동체 아래 상호 공존할 수 있는 실천적인 지역균형발전 대책이 시급하다.

노인들의 기침소리가 높고 아기 울음소리를 듣기 어려운 사회는 활력이 없기 마련이다.

활력을 잃은 사회가 잘 나갈 리 없고 삶의 질이 향상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결국 사회의 미래를 어둡게 할 뿐이다.

산남 마을마다에서 우렁찬 아기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정   흥   남
편집부국장/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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