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시평] 지방 문화원은 '노인정'?
[세평시평] 지방 문화원은 '노인정'?
  • 제주타임스
  • 승인 2008.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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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로 아름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지방 곳곳에 지방문화원이 설립되었다.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전환시대에, 지역문화의 창조적 소통과 나눔의 중심으로 열과 성을 다하며 문화원은 달려왔다.

반세기가 넘도록 지역의 향토문화를 가꾸어 오면서 문화원형의 보고(寶庫) 역할을 수행해 왔으며, 미래에도 지역문화의 산실로서 역할을 담당한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지방문화원을 향하여 노인정(老人亭)이란 비판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일흔, 예순이 훨씬 넘은 노인들이 눌러앉아 콩 나와라 팥 나와라 하면서, 시시콜콜  모든 일에 참여하면서 정상적인 사업을 추진하지 못한다는 푸념이 일고 있다.

물론 문화원의 주력이 어떤 연령대인 것이 최적인지는 문화원마다 다를 수 있다.

그  운영에도 방향성과 속도가 있을 수 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젊은 세대와 적지 않은 실패도 경험해 후회도 많이 해본 노익장 세대가 상호 보완하는 문화원이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우리 속담에 ‘나라님도 노인 대접은 한다’는 말이 있다.

웃어른에 대한 양보와 공경의 정신인 장유유서(長幼有序)를 생각한다면, 이러한 비판에 귀를 막을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올드(old) 보이’, ‘영(young) 보이’로 딱지 붙이는 행태는 물론 그 활동에 결코 도움이 될 수 없다.

여기에 ‘올드 보이’의 경험에 때가 좀 묻었다고 해서 ‘배드(bad) 보이’ 운운하는 잣대도 촌스럽다. 그렇지만 노인정이란 비판을 받아들여야 할 심각한 시점이다.  

 제주도에는 제주, 서귀포, 남제주, 북제주문화원과 이 네 곳의 협의체인 문화원연합회제주지회가 있다. 그런데 세인들은 묻는다. 제주지역 문화원도 노인정인가? 물론 연로한 임원들이 많다.

그렇다면 또 묻는다. 시ㆍ군 통합이 이루어졌는데 왜 남제주문화원과 북제주문화원은 존재하는가? 그것은 문화원진흥법 근거한 특별조항 때문이다.

그리고 또 묻는다.

문화원이 추진하는 ‘실버문화 거점 기관화’라는 프로그램은 결국 노인정을 인정하는 발상 아니고 무엇인가?

나는 마지막 질문에는 대답을 보류하면서, 문화원이 노인들을 뒤치다꺼리를 제발 중지하고 지방문화가 살아 숨 쉬는 지역 문화의 산실로 자리매감하길 바랄 뿐이다.

문화는 사회의 전반적인 삶의 모습이다.

한국 민족문화란 한민족이 살아온 삶의 모습 전반이다.

여기에 문화는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하나는 교양 있고 세련되었으며 예술적인 면을 가리킨다.

그래서 교양 있고 세련된 사람을 두고 ‘문화인’이라 부른다.

다른 하나는 광범위한 뜻으로, 인간에 의하여 이룩된 모든 것이 그 범주에 포함된다.

문화인류학이 대상으로 다루는 것은 이 넓은 의미의 문화이다. 그렇다면 문화원이 추구하는 이념은 후자에 가깝다. 

 그리고 한국문화는 반만년의 오랜 역사와 그 이전에 존속했던 선사(先史)의 모든 문화를 총칭한다.

일찍이 고도의 문화를 이루었고 역사 이래 국가의 형태를 갖추어 왔으며, 다른 민족이나 사회의 문화를 다양하게 수용하였으므로, 그 문화의 폭과 깊이가 엄청나다.

따라서 한국문화 전체를 가늠할 기준이나 관점을 선정하기가 심히 어렵다.

그래서 문화원의 활동 범위는 다양하며, 그 폭도 넓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제주문화는 제주인이 가꾸어온 독특성을 지니고 있다. 특히 현대사의 최대 비극인 제주4ㆍ3을 체험한 제주인은 60년 세월이 지났지만, 그 아픔은 제주인의 내면 깊숙하게 꿈틀거리고 있다.

몇 년 전 북제주문화원이 4ㆍ3유족회원들을 대상으로 제주 곳곳에 흩어져 있는 4ㆍ3유적지를 답사하면서, 그리고 그 현장에서 역사 인식을 새롭게 다짐하면서 문화체험프로그램이야말로 매우 훌륭한 발상이었다고 혼자서 자화자찬(自畵自讚)해본다.

김   관   후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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