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시평] 내 마음과 네 마음
[세평시평] 내 마음과 네 마음
  • 제주타임스
  • 승인 2008.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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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든 세상이든 다 마음에서 시작되는 것 같다.

마음이 진정한 인간의 마음으로서 맑고 투명하다면 그 주위인 세상도 맑고 투명해 질 것 같아서 하는 말이다.

세상에서 모든 사건, 사고와 비리들이 일어나는 것은 인간의 마음이 투명치 못해서가 아닐까? 

사회가 생존경쟁에 각박해지고, 스피드해지고, 복잡해지다보니 마음의 척박해 지고 있다.

옛날보다는 훨씬 많은 부를 축적했으면서도 사람의 마음은 더 허전하고 갈피를 못 잡는 지금의 사회다.

이건 현대문명에게 보내는 신의 계율(戒律)인지도 모른다. 

현대문명으로 병든 마음의 치료제는 없는 것인가? 사람의 마음은 가까운 지인이나 가족과 운명을 달리하는 기로에 있을 때는 내 마음의 네 마음이 되는 것을 보았다.

나는 얼마 전에 나의 아들의 중병으로 서울 S병원에 입원해서 짧지 않는 기간을 보냈다.

그 병원 10층 병동은 현대의학으로는 어쩔 수 없는 생(生)이 얼마 남지 않는 환자들이다. 

그 병동에 간호하는 가족이나 친지들의 행동이나 태도가 경건하고 욕망이나 집착으로부터 벗어난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나도 밤에는 잠도 자지 못하고 해서 10층 휴게실자판기(vending machine)에 커피를 뽑아 먹으려고 자주 다녔다.

그런데 자주 자판기에 환자가족들의 차를 뽑다 정신이 없어 거스름 동전을 남기고 가는 환자 가족들이 많다. 

그런데 그 돈은 나중에 차를 뽑으러 가는 사람들이 자판기에서 뽑아 자판기 옆에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위치에 계속 쌓아둔다. 주인을 찾고 있는 것이다.

계속되는 현상이다.

그리고 간이(가스렌지 사용 등)주방이용도 모두 양보하고 상대방을 배려하려고 마음을 쓴다.

비록 가슴에는 자신의 죽음보다 더한 아픔을 가진 사람들이지만 생활풍경은 숙연하다.
이들은 죽음의 가족을 둔 사람들 이다.

모두 숙연해지고 경건마음으로 기도를 드리는 사람이다.  내 마음의 네 마음이 된다. 이들은 자신들에게 닥친 현실에서 인생을 배우는 사람들이다.

배워가는 과목들은 사랑, 관계, 상실, 두려움, 인내, 받아드림, 용서, 죽음 등이다. 전체적으로 말하면 네 마음의 내 마음 공부을 하는 것이다.

이들은 어느 누구도, 단한사람도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파악하는 것이다.

인생의 비극은 인생이 짧다는 것이 아니라, 단지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너무 늦게 서야  깨닫는다고 후회하는지도 모른다.

죽음을 앞둔 사람들은 책이나 경전에서 얻은 경구가 아닌, 자신들의 육성으로 삶에는 무엇이 중요한가를 일깨운다.

우리는  때때로 부조리하고, 하찮고, 무의미한 것투성인 삶에서, 즐겁지 않은데도 웃고, 본질에 가닿지 않으면서도 화를 내고, 가슴이 맞닿지 않는데도 관계를 맺고, 절망적이지만 가식의 환희(幻戱)를 보낸다.

죽음을 앞둔 사람들은 말한다.

지금의 이 순간을 살라고, 내 마음의 네 마음이 되라고, 사랑하고, 일하고, 별들을 바라볼 기회를 놓치지 말라고 한다.

불교의 법구경에 나온 말이다. ‘나쁜 짓을 하지 말고 착한 일을 두루 하면 저절로 그 마음이 맑아 질 것이다.’라고 했다.

한 사람의 마음이 맑아지면 그 둘레가 점점 맑아져서 마침내는 온 세상이 다 맑아질 수 있다.

역사상 수많은 성인들, 예수나 부처 같은 분들의 맑은 마음이 메아리 되고 두루 비쳐서 오늘날까지도 사방을 맑게 비추고 있다고 생각하고 싶다.

만일 그런 분들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현재우리는 전혀 다른 삶의 모습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 마음이 따로 있고 네 마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마음은 하나이다.

한 뿌리에서 파생된 가지가 내 마음이고 당신의 마음이다. 불우한 사람이 이야기를 들으면 우리가 눈물을 짓는 것도 그 때문이다.

왜냐하면 같은 뿌리에서 나누어진 한쪽가지가 그렇게 아파하기 때문에 함께 아파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것이 마음이 메아리다.

김   찬   집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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