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운명
과학은 인간의 물질적 풍요를 누리게 하였다. 과학의 발달에따라 인간의 형이상학인 철학ㆍ종교 따위는 점차 그 힘을 잃어가게 되었다. 그러나 과학이 아무리 발달해도 인간의 가슴 속에 깊이 간직해 있는 소망ㆍ고뇌같은 정신적인 문제는 해명하지 못하고 있다.
물질문명의 틈바구니 속에서 우리 인간들은 산업화ㆍ과학화에 밀려 소외감과 갈등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인간의 모든 문제를 과학적으로만 해결할 수 있다면 매우 다행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어쩌면 불행할 수도 있다. 모든 정감이 사라져버린 건조체 인간이거나 식물성 인간이 되어버릴 것이다.
인간의 소외감과 갈등은 과학의 힘으로 치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수많은 세기동안 인간의 심리세계를 연구해온 철학이나 종교에서 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인생살이의 희로애락을 수로 표시한 것이 바로 운수(運數)이고, 세월이 흐르면서 드러나는 운과 본래 지니고 있는 수를 가지고 그래프의 지표상에 표시한 것이 운명지표다.이러한 운명론에 가장 깊은 연구를 한 나라가 중국ㆍ한국ㆍ일본이다.
운명학은 인생문제를 통계학적으로 처리한 면이 흥미롭기만 하다. 중국에서는 오천년동안 인간의 진로에 대해서 무수한 예증과 실증을 통해서 체계화 시킨것이 주역이라고 한다. 가령 쥐띠 인간의 성품은 대강 ‘어떻다’라고 해석하고 같은 쥐띠이면서도 생월 생일 생시별로 그 각각 인생의 성패사례를 정리해 놓은 것이 운명이고 운수라 판단될 때 과학의 세계를 능가한 운명통계학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운명과 극복
필자가 학창시절(고교)에 어느 친구의 가정을 방문하였더니 생활신조로 “비켜라 운명아, 내가 간다”라고 크게 써붙여 있었다. 그친구 아버님이 사주를 보곤 너무 절망적이라 하여서 그러한 강인한 신조를 내세웠다는 것이다. 그 친구는 S대를 졸업하고 서울 명문 대학 대학원장까지 역임하였다.
…운명이라 이 슬픔을 모른 체하려는가?/ 아니다. 운명이 아니다. 아니, 운명이라도 좋다. / 우리는 운명보다 강하다! 강하다! / 이 원수의 운명을 파괴하라. 내 친구여! / 그 억센 팔다리, 그붉은 단군의 피와 혼 / 싸울 곳에 주저 말고 죽을 곳에 죽어서 / 숨지려는 조국의 생명을 불러 일으켜라. / 조국을 위해선 이 몸이 숨길 무덤도, 내 시체를 담을 작은 관도 사양하노라 / 오래지않아 거친 바람이 내몸을 쓸어가고 / 저 땅의 벌레들이 내 몸을 즐겨 뜯어가도 / 나는 유쾌히 그들과 함께 벗이 되어 / 행복해질 조국을 기다리며 / 이 골짜기 내 나라 땅에 한 줌 흙이 되길 소원하노라…
모윤숙(국군은 죽어서 말한다. 1950년 8월 그믐)
모윤숙 시인의 시는 고교시절부터 많은 희망과 용기를 주었다. 생사 초월의 경지에 우뚝설 수 있는 힘을 주었다.
우리에게 주어진 운명, 아니다 운명이 아니다. 아니, 운명이라도 좋다 우리는 운명보다 강하다 강하다라는 귀절을 우리의 현실고 ㅏ비교해 본다. 주워진 우리의 현실을 극복해 나갈 수 있는 겸연한 인재들이 조국의 새로운 운명을 창조해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좋은 운수와 나쁜 운수
해마다 음력 정월이 되면 한해 동안의 운세를 내다본다. 흔히 보는 토정비결에는 개개인에 따라 다양한 운세들이 적혀 있다. 그 운세를 보고 용기를 갖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실의에 가득찬 사람도 많다.
올해는 운수가 대통해서 매사에 성공할 괘가 있는가 하면 끝없는 일이 갈수록 어렵기만 하고 잘 되지 아니 하니 마음이 항상 불쾌한 괘도 있다.
흔히들 하는 소리로 “운이 좋으니깐 모든 것이 잘 되겠지”, “올해는 운수도 나쁘고 하니깐 모든 일을 중단하고 내년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지” 하는 등으로 실의에 빠지기 쉽다.
일본사람들의 운수관은 아주 다르다. 신년 운세를 보고 운이 좋다면 “그야말로 나에게 주어진 가장 절호의 기회다” 라는 굳은 의지를 품고 심혈을 기울여 자기 사업에 최선을 다한다.
반대로 신년의 운세가 좋지 않다고 되어 있을 땐 더욱 더 강렬한 결심을 하게 된다. 이 불우한 운세를 어떻게 해서든지 극복해 나가겠다. 지금까지 하던 노력의 몇배를 더 기울여 실패하지 않은 한 해가 되려고 총력을 기울이게 된다.
그렇다 운명보다 강한 존재가 되어야 하겠고 올해 운수보다 더 성공적인 한해가 되어하 하겠다.
문 태 길
제주노후생활문화연구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