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공교육, 균형을 이뤄야 한다
[데스크 칼럼] 공교육, 균형을 이뤄야 한다
  • 제주타임스
  • 승인 2008.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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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대한민국은 영어광풍에 휩싸여 있다.

여기서도 영어, 저기서도 영어, 사방천지에서 영어를 배워야 한다고 난리다.

영어도시니, 영어마을이니 하면서 영어에 목을 메는 형국이다.

글로벌 시대의 국가경쟁력 향상을 위한 조치라고는 하지만 그 도가 심하다.

‘영어=사교육비 절감·국가경쟁력 향상’이란 등식은 인수위에서 주장하고 있는 방정식이다.

공교육을 통한 영어교육 강화는 필요하다. 하지만 우려되는 게 많은 것도 사실이다.

과연 영어 공교육으로 사교육 시장을 잠재울 수 있을까. 시행해봐야 알 수 있는 일이다.

현재 시점에서는 학원가는 웃고 학부모와 교사는 울고 있는 형상이다.

그럼 영어공교육으로 국가경쟁력은 나아질까. 그럴 가능성은 있다.

어릴 적부터 영어 접하고 영어식 사고를 배운다면 영어권 국가 사람들과 어렵지 않게 의사소통이 가능해질 것이다.

의사소통 이외에도 모든 문서들을 영어로 표기하는데도 한 몫을 하게 돼 외국인 투자자들이 마음놓고 한국 땅에서 불편없이 자신들의 일을 처리할 수 있는 기본적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런 등식이 성립된다면 분명 대한민국의 세계적 경쟁력은 향상될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

사교육비 절감, 경쟁력 향상이란 이면에는 우리가 감수해야할 것들이 많다.
영어교육 강화로 자칫 한글에 대한 냉대가 우려된다.

공교육을 통한 영어교육은 영어에 대한 강박관념을 낳을 수 있고, 이는 곧 국어에 대한 무관심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물론 국어는 공교육 과정에 있어 필수과목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하지만 힘의 균형상 어느 한 쪽이 소원해지기 쉽다.

균형을 이뤄야 하는데 오히려 그 균형이 깨지는 현상을 맞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혹자는 영어 공교육은 누군가는 이뤄내야 할 일이라고 말한다. 세계속에서 살아남으려면 영어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국제 공통어인 영어를 몰라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언어란 한 민족의 문화가 녹아든 총체적 형상이다. 문학이 민족적 사상을 만들어 낸다면 언어는 그 사상의 뿌리다.

단순히 경제적 논리 등으로 판단할 사항이 아니다.

어릴 적 부터 영어를 입에 달고 산다면 우리의 언어인 국어는 숱한 고난의 길을 가야 할 것이다.

요즘 신세대들이 쓰는 말들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일일이 나열하기는 어렵지만 이런 축약어 사용으로 글은 글인데 특정 계층에서만 통용되는 특정 언어가 되면서 사회적 우려를 낳은바 있다.

공교육을 통해 모든 국민들이 영어를 구사할 수 있게 하겠다는 의욕은 좋다.

어느 면에선 시도해 볼만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 글을 먼저 바로 알아야 하는게 아닌가.

영어 공교육 강화를 하기 위해서는 국어교육 강화도 병행돼 추진돼야 한다. 균형을 위해서다.

영어를 제대로 알고 있으면서 한글을 정확히 모른다면 말이 안된다.

영어를 정확히 구사하면서 우리말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한다면 이 또한 말이 안된다.

영어 단어를 제대로 쓰면서도 한글을 올바로 쓰지 못한다면, 영어 문법은 정확히 알면서도 한글 문법을 제대로 모른다면 이 또한 모순이다.

균형을 이뤄라. 그러기 위해선 국어교육도 영어교육만큼 투자해야 한다.

언어는 그 시대의 정신이고, 민족의 정서다.

또한 문화의 진수다. 필요한 것을 인정하고 받아드리는 아량도 중요하지만 자기 것을 더욱 발전시켜는 자존 또한 중요하다.

고   안  석
체육/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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