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봇대' 박힌 제주FC 전용구장
[사설] '전봇대' 박힌 제주FC 전용구장
  • 제주타임스
  • 승인 2008.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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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시굴 못해 '3년 표류'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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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입차량들을 여러 해 동안 방해하던 전남 영암군 대불산업단지 입구 전봇대가 이명박 당선자의 말 한마디로 쉽게 뽑힌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

 이 전봇대는 대불산업단지 측과 각종 차량 운전자들이 5년에 걸쳐 이설을 요구해 왔지만 관계기관끼리 서로 ‘네 탓’만 하면서 요지부동, 꿈쩍도 않던 교통 장애물이었다. 그런데 대통령 당선자 말 한마디에 언제 그랬느냐는 듯 하루 사이에 옮겨졌으니 희한한 일이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한 산업단지 입구의 전봇대에 국한된 문제만은 아니다. 이 전봇대의 경우처럼 수많은 각종 민원들이 제기 될 때마다 관계 당국이나 기관 간에 서로 떠넘기기와 ‘네 탓 공방’으로 세월을 보내는 일이 허다하다.

 차일피일 3년을 표류하고 있는 제주FC 전용구장 조성도 예외가 아니다. 사업지구 내의 문화재 시굴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공사가 미뤄지고 있다니 바로 이 늦어지는 문화재 시굴조사야말로 산업단지 입구의 전봇대와 다를 게 없다. 적어도 꼭 필요한 사업을 가로막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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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귀포시가 제주FC 전용구장을 강정동 3355번지 일대 5만8000㎡에 조성키로 하고 공사를 발주한 것은 지난 2006년 4월이었다.

 그 규모도 3개 면의 축구장을 비롯, 각종 부대시설을 갖추게 돼 있어 다른 시-도의 구장에 손색이 없다. 사업비 58억 원도 이미 확보해 놓았다. 이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였다.

 그런데 대불산업단지 입구 전봇대처럼 제주FC 전용구장 조성사업에도 무형의 전봇대가 돌출해 걸림 돌이 되고 있다. 이 무형의 전봇대가 다름 아닌 ‘문화재 시굴조사’인 것이다.

 제주FC 전용구장이 들어설 강정동 부지에는 문화재가 매장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가 없기 때문에 문화재 조사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서 서귀포시는 전용구장 공사 발주 후인 2006년 12월 사업 예정 지구에 대한 문화재 지표조사까지는 마무리했다. 문제는 뒤이어 추진돼야 할 시굴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이유는 문화재 시굴 전문기관을 구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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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적으로 문화재 시굴을 전문으로 하는 기관이나 업체가 몇 군데인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그리고 그들 기관-업체들이 얼마만큼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지도 우리는 알 수 없다.   

어쨌거나 2006년 이후 지금까지도 문화재 시굴조사 전문기관-업체를 구하지 못해 시급한 제주FC 전용구장 건설을 방치하고 있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도리어 문화재청이나 서귀포시의 소극적인 행정에 더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사실 문제의 전용구장은 프로축구팀이 없던 제주에 부천SK를 유치, 제주유나아티드 FC로 연고팀을 출범시키던 2006년 2월 경기력 향상을 위해 서귀포시가 그들과 맺은 약속이다.

 하지만 여태껏 이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것은 우리 제주 쪽의 잘못이다. 그럴 리야 없겠지만 혹시라도 제주FC가 다른 지방으로 이적해버리겠다고 나서도 할 말이 없게 되었다.

 문화재 지표조사-시굴조사는 꼭 필요한 선행 사업이다. 결코 ‘전봇대’일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선행 사업이 이탓저탓 하면서 질질 끌고만 있으니 제주FC 전용구장을 가로막는 ‘눈에 안 보이는 전봇대’가 돼버린 것이다. 만약 이명박 당선자가 “제주FC 전용구장을 가로 막는 전봇대도 뽑아야한다”고 충고해도 계속 차일피일 세월을 보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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