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시평] 대장부(大丈夫)
[세평시평] 대장부(大丈夫)
  • 제주타임스
  • 승인 2008.01.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꿈 많던 소년시절, 즐겨 읊조리던 옛 시가 있었다. 남이장군의 북정가(北征歌)이다. ‘백두산석 마도진(白頭山石 磨刀盡) 두만강수 음마무(豆滿江水 飮馬無) 남아이십 미평국(男兒二十 未平國) 후세수칭 대장부(後世誰稱 大丈夫)’-백두산의 돌은 칼을 가는데 다하고/ 두만강의 물은 병마(兵馬)를 먹여 마르 네/ 남아 이십대에 나라를 평안하게 못하면/ 후세에 누가 대장부라 하겠는가. 하늘 높은 줄 모르던 대망의 학창(學窓)때라, 바로 이 ‘대장부’라는 시구(詩句)에 매혹됐던 게 아닌가 싶다.

 대장부(大丈夫). 국어사전에 의하면 ‘큰 인물, 장하고 씩씩한 사내’를 의미한다. 또 ‘지조가 굳어 불의에 굴하지 않는 남자’로도 풀이되어 있다. 여기에서 잠깐 맹자의 대장부론(大丈夫論)을 살펴보자.『맹자』등문공 장구하(文公章句下)에는 무엇이 올바른 대장부인지를 잘 설명해놓고 있다. ‘천하의 넓은 집(仁)에 살고(居天下之廣居)/ 천하의 바른 자리(禮)에 서며(立天下之正位)/ 대도(義)를 행하여(行天下之大道)/ 뜻을 얻으면 백성과 함께하고(得志與民由之)/ 뜻을 얻지 못하면 혼자서라도 그 길을 간다(不得志獨行其道)/ 어떠한 부귀에도 음탕하지 않고(富貴不能淫)/ 빈천함에도 절개가 변하지 아니하며(貧賤不能移)/ 권세와 무력 앞에서도 굽히지 않는다(威武不能屈)/ 이를 일러 대장부라고 하는 것이다(此之謂大丈夫).’ 맹자는 많은 돈과 높은 지위에도 교만하지 않고, 지독한 가난에도 흔들리지 아니하며, 총칼과 권력에도 굴복하지 않는 사람을 장부 중의 장부, 대장부라고 하였다.

 대장부와 관련한 격언도 많다. ‘장부일언 중천금(丈夫一言 重千金)’ ‘장부가 칼을 빼었다가 도로 꽂을 수 있나’ 등이 그 예다. 장부의 말 한마디는 천금 같이 무거운 것이니 한번 한 말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것과, 장부가 결심하고 무슨 일을 시작하였으면 끝까지 그만 두지 않아야 한다는 말이다. 
 지금은 맹자의 시대가 아니어서 그런가, 이런 사람들을 접하기가 매우 어렵다. 대장부다운 늠름한 기상과 떳떳한 자세를 지닌 남자들 보기가 힘들다. 인간이 왜소해진 것이다.

 왜 그럴까. 인간본위가 아닌, 물질문명의 우위(優位)로 인해서인가. 한창 호연지기를 키워야할 우리의 청소년들에게 입시라는 덫을 씌우고 공부에만 매달리게 하고 있기 까닭은 아닌가. 황금만능주의에 물들어 당장 목전(目前)의 이익에만 집착하고 있기 때문은 아닌가. ‘그 놈의’ 영어가 무언지, 영어 영어하면서 기러기아빠를 양산하고 있는 것이 원인은 아닌가. 고개 숙인 남자가 날로 증가하는 것도 이유가운데 하나이리라.

 청소년의 기를 살려주어야 한다. “요즘 젊은이들, 너무 기가 살아서 오히려 문제이다”라고 하는 사람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진정한 패기와 용기가 무엇인지를 모르고 있다. 이를 가르쳐주고 길러주어야 한다. 위의『맹자』에 나오는 글처럼 인ㆍ예ㆍ의(仁禮義)를 갖추고 지킬 수 있는 참된 대장부를 육성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20대의 청년들이 ‘대한민국을 평화롭게 만들겠다’는 큰 포부와 부푼 희망을 가질 수 있게끔 해야 한다. 이는 비단 청장년들에게만 필요한 일이 아니다. 연령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교훈이다.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가 70여일 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수십 명의 의원후보들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대장부의 기질은 정치인에게 있어서는 더더욱 중요하다. 도민들은 졸장부나 소인배ㆍ변절자 같은 이는 원하지 않는다. 금전과 권력에 연연하지 않고, 오로지 국가의 평안과 국민의 행복을 위해 위풍당당하게 나서는 헌헌장부(軒軒丈夫)를 기대하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는 이런 모습의 선량(選良)지망생들이 당선되었으면 한다. 

이  용  길
전 제주산업정보대학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