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러한 장점을 모두 갖춘 가로수를 선택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당국의 가로수 정책이 왔다 갔다 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햇볕 차단용 가로수는 어느 지역에서나 흔히 볼 수 있지만, 지역을 상징하는 가로수를 심은 곳은 그리 많지 않다. 제주시내 곳곳에 식재된 종려나무가 관광객들의 눈길을 사로 잡는 것도 이 때문이다.
비록 그늘까지 만들어 주진 못하고 있지만, 전국에서 제주가 아니면 찾아 볼 수 없는 관광지 가로수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제주시가 중앙로터리~탑동, KAL호텔~광양로터리 등 2개 구간에 식재된 종려나무 148그루를 뽑아내고 먼나무를 식재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한 마디로, 소가 웃을 일이다.
물론 종려나무도 원래 제주 향토 수종은 아니다. 일본 규수가 원산지인 야자나무과에 속한다. 하지만 난대지역 식물이어서 우리나라에서는 제주에서만 자랄 수 있는 나무다.
이와 반면, 새로 식재하려는 먼나무는 일본, 타이완, 중국에도 많이 서식하고 있고, 보길도와 부산 해운대 해변에도 식재돼 있다. 그만큼 희소성 면에서 종려나무보다 못하다.
제주의 특성을 살린 가로수 정책을 펴야 할 당국이 오히려 그 반대의 정책을 펴고 있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특히, 가장 많이 제주를 찾는 이들 나라의 관광객들이 이 가로수를 보고 어떤 생각을 하겠는가.
굳이 공기청정과 햇볕 차단의 기능을 보강하겠다면, 제주의 상징수인 종려나무는 그대로 두고, 잎이 많은 순수 향토 수종을 보완 식재하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더구나 이미 구좌 지역에 식재했다가 생육 상태가 불량해 실패한 먼나무를 제주시내 가로수로 심으려는 저의가 무엇인지 의심스럽다. 제주시의 신중한 가로수 정책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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