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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선거 개입 등 공직선거법 위반혐의로 재판을 받아 온 김태환 도지사가 그제 광주고법에서 열린 대법원 파기환송 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음으로써 지사직을 유지케 되었다.
김태환 도지사는 2006년 4월 27일 검찰에 의해 제주도청 정책특보실이 압수수색을 당한 이후 장장 1년 9개월간을 수사와 재판에 얽매어 왔다.
그동안 김 지사는 1심과 2심 모두 지사직 상실에 해당하는 6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 받았었다. 공무원 선거개입과 관련, 쟁점이 되었던 ‘위법 수집된 압수물’에 대해, ‘성질-형상불변론’에 입각, 증거 능력을 인정했던 종전 대법원의 판례와 맥을 같이 한 판결이었다.
그러나 그후 김지사는 대법원 상고심에서 유리한 결정을 얻어냈다. 대법원은 종전 판례와 달리 “인권보장을 위해 마련한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는 원칙적으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며 광주고법으로 파기환송한 것이다.
결국 김지사는 파기환송 심에서 무죄가 되었고, 설사 검찰이 재상고 하더라도 대법원이 이미 파기환송 당시 무죄 취지였기 때문에 달라질 게 없다는 것이 법조계의 생각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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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6년 ‘5.31지방선거’에서 당선된 김지사가 공무원 개입 등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오랜 세월 동안 검찰의 수사와 지법-고법-대법을 거쳐 다시 고법으로 한 바퀴 도는 네 차례의 재판을 겪으면서 입은 정신적 시간적 손실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아니, 이러한 현직 도지사의 수사와 재판 때문에 입은 제주 도정(道政)의 행정적 손실은 더욱 클 것이요, 그 피해는 직접 도민에게 돌아가게 마련이다.
따라서 앞으로 남은 문제는 ‘무죄’ 이후 김태환 지사의 역량과 역할이다. 임기 중 1년 반 을 수사와 재판에 매달림으로써 쌓인 도정 손실을 나머지 임기 동안 어떻게 만회하느냐다.
사실 김태환 지사 재임기간은 그 어느 지사 재임 기간보다도 갖가지 일거리가 산적한 시기다. 구체적인 사안들을 열거하기조차 힘들 정도로 많다. 특별자치도, 그리고 국제자유도시로 지정된 데다, 행정구조 개편으로 인한 단일 자치단체로 출범하기까지 했으니 여기에 뒤따르는, 해결해야 할 크고 작은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내부 문제들뿐이 아니다. 새로 들어서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각종 절충, 글로벌 시대의 대응전략 등 대내외적으로 쌓인 일들이 눈덩이 이상이다. 이런 모든 일들을 ‘무죄(無罪)’ 이후의 김태환 지사가 어떻게 처리하고 해결하며 추진해 가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것이다. 김태환 지사는 정말 제주도를 위해, 제주도민을 위해 나머지 임기동안 신명을 다 바칠 각오가 돼 있어야 한다. 그것이 이번 법정에서 내린 ‘무죄’의 값을 치르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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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사가 ‘무죄(無罪)’의 값으로 치러야 할 일은 또 하나 있다. 도민과 도민, 공무원과 공무원들 사이의 갈등 해소가 그것이다.
김태환지사는 지난 ‘5.31지방선거’를 통해서도 공무원간, 도민간 갈등의 골이 깊게 패었음을 인정해야한다. 비록 김 지사는 파기환송 심에서 법적 무죄를 선고 받았지만, 일부 도민-공무원들의 정서 속에는 아직도 의구심이 남아 있는 게 현실이다.
이를 김 지사가 심정적으로 인정하고 그들을 포용할 때 진정한 갈 등해소가 가능하다. 이러한 포용정책은 앞으로 공무원 승진인사 등에도 반영해야 한다. 그러할 때 ‘무죄 이후’의 갈등해소 정책은 성공을 거둘 것이며, 도정 수행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강정 해군기지로 인한 주민 갈등 해소에도 김 지시는 모든 정성을 쏟아야 한다.
이렇듯 김 지사가 ‘무죄 값’을 치르기 위해서는 어깨가 무겁다. 그렇더라도 1년 반 넘는 세월 동안 입은 도정(道政)의 손실을 만회하고 골 깊은 갈등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가 없다. 제주도를 위해 신명을 바치는 것, 그것뿐이다. 도민 또한 김 지사가 무죄의 값으로 신명을 다 바쳐 일할 수 있게 적극 협조해야 한다. 김지사가 아니라 제주를 아낀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