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남 칼럼] "칭친하면서 삽시다"
[김덕남 칼럼] "칭친하면서 삽시다"
  • 제주타임스
  • 승인 2008.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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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한 광고의 칭찬 메시지

어제(14일)자 중앙일간지에서 다소 생뚱맞은  광고를 봤다. 신문지면 한 면을 통째로 산 전면광고였다.

광고 메인타이틀은 ‘이명박 당선자께 국민통합비책 긴급 제안 한다’.

자칭 ‘나실련(나부터 개혁 실천 세계 연합)회장이라는 김모씨가 광고주다.

김씨는 광고문에서 “광고내용이 한국병 치유와 국민성공시대를 열어가는 획기적 아이디어이기 때문에 이명박 당선인이 광고료를 절반이상 부담해 달라”고 주문했다.

‘칭찬이 곧 개혁이고 혁신’이라는 내용이었다. “남 잘되는 것에 배 아파하는 한국병을 먼저 치유해야 국민통합도 성공 한다”고 덧붙였다.

‘칭찬’을 국가브랜드로 키워 ‘세계 칭찬 페스티벌’을 개최하자는 엉뚱한 제안도 했다.

“정치권은 이제 제발 그만 좀 싸우고 칭찬해주며 경제 살리기에 올인 하자”는 말도 잊지 않았다.

너절하고 세련되지 않는 어설픈 구성이지만 광고문 전면에 흐르는 메시지는 “칭찬하며 살자”는 것이었다.

남의 험담에 더 익숙한 사회

광고주의 의도가 어디에 있고 ‘엽기적 용기(?)의 배경’이 어디에서 비롯됐든, ‘칭찬’을 화두(話頭)로 엮은 그의 광고는 그냥 비틀어 지나칠 일만은 아니다.

칭찬에 인색한 ‘사회적 고질(痼疾)’을 되돌아 볼 수도 있겠기 때문이다.

우리사회는 칭찬보다는 남에 대한 험담에 더 익숙해 있다. 남을 깎아내리고 비아냥거리고 욕보이려는 심리가 사회적 인성(人性)의 밑바닥을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평소 남의 조그만 잘못은 눈 부릅뜨고 뒤지면서 잘한 일에 대해서는 모른척하거나 콧방귀 뀌기 일쑤다.

이것이 바로 “이웃사촌 밭 사면 배가 아프다“는 한국병이다.

그러기에 엉뚱하다 싶은 어느 신문광고주의 “칭찬하며 살자”는 주장은 심상히 넘길 일이 아니다.

칭찬에 대한 여러 담론에도 불구하고 ‘칭찬의 긍정 효과’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칭찬의 기적’을 이야기하는 이들도 있다.

꽃과 나무도 칭찬에는 더 방긋

번역본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원제: Whale Done, The power or positive relationship)의 ‘켄 플렌차드’는 “무게 10톤까지 나가는 범고래(Killer whale)가 그 육중한 몸으로 관객들 앞에서 온갖 재주를 부리도록 하는 가정 효과적인 훈련방법이 칭찬”이라고 했다.

지난 2001년 대체의학을 전공한 일본인 학자 ‘에모토 마사루(江本勝)’는 ‘물은 알고 있다’는 책에서 “칭찬을 받은 물은 신비스럽고 아름답게 결정(結晶)을 보았고 욕을 들은 물은 뒤죽박죽의 찌그러진 결정을 보았다”고 주장했다.

이 실험의 과학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칭찬은 긍정의 힘을 갖게 해 준다”는 메시지나 다름없다.

나무와 꽃과 물과 고래도 칭찬을 해주면 신비스럽고 놀라운 변화를 하는데, 하물며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임에서랴…. “칭찬은 받으면 신나는 보너스요, 먹지 않아도 배부른 임산부의 마음이요, 사랑의 결정체인 다이아몬드”라는 말도 인터넷 바다에 떠다닌다.

그렇다고 아첨이나 지어낸 말을 칭찬으로 혼돈해서는 안 될 것이다. 칭찬을 받는 일보다 자진해서 충고를 받는 일이 더 값지다는 말도 있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칭찬’을 시렁위에 놔두고 다닐 수는 없는 일이다. “칭찬하며 삽시다”, 2008년 새봄에 보내고 싶은 인사다.

김   덕   남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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