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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가족 7명을 포함, 무려 40명의 귀중한 인명을 삽시간에 앗아간 경기도 이천시 대규모 냉동창고 화재 사건은 그야말로 희세(稀世)의 대참사다. 지난 1998년 27명이 떼죽음 당한 부산 냉동창고 화재 때보다 인명피해가 훨씬 많은데다, 2003년 51명이 사망한 대구지하철 방화사건 이후 최악의 참사이기 때문이다.
물론 지난 1970년대 초-중반 서울에서 일어났던 대연각호텔 화재, 시민회관 화재, 대왕코너 화재 등 53명에서부터 165명에 이르는 인명을 숨지게 했던 초대형 화재 사건들도 있었지만 그것들은 이미 30년도 훨씬 더 지나간 일들이다.
특히 이천 냉동창고 화재를 포함, 대구지하철과 부산 냉동창고 화재 등 세 번의 대형사고는 모두가 인재(人災)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는 데서 관계 당국과 업자들뿐만 아니라 전 국민의 각성이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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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이천 냉동창고 화재도 철저한 안전시설, 안전수칙 준수, 안전의식 고취, 그리고 교육만 제대로 실시했더라도 예방할 수 있었던 사고였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화재 현장에서 일하다 변을 당한 40명 대부분은 인력시장에서 일감을 찾아 온 일용 근로자들이거나 하청업체 일꾼들이었다고 한다. 이들에게는 안전의식 고취와 철저한 교육, 사고에 대비한 안전시설들이 필요했지만 그게 결여 되었다는 것이다.
발화 지점 주변에는 드럼통-LP가스통 등이 수십 개나 널려 있고, 우레탄폼 발포 작업으로 인화성 가스가 가득 찰 수 있는 밀폐된 공간임에도 환기장치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았으며 용접 때는 용접공들이 ‘불받이 포’를 사용해야함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유사시를 대비, 유도등을 설치해야 하지만 이것마저 미비했던 모양이다. 한마디로 당국과 업주들의 안전 불감증이 불러들인 대형 참사였다.
‘천지지간 만물지중(天地之間 萬物之中)에 인간(人間)이 최귀(最貴)’하다. 아무리 일용 근로자라 하더라도 그들은 만물 중에서 가장 귀한 존재들이다. 돈, 금-은-보화보다도 몇 배 더 귀한 게 막노동자를 포함한 사람들이다. 처참했던 이천 냉동창고의 화재와 같은 대형 참사를 근본적으로 막으려면 ‘인간 최귀(人間 最貴)’의 사상부터 복원해야 한다. 그러할 때 안전 시설도, 근로환경도 개선되고 안전의식, 안전교육도 철저해진다. 이른바 안전 불감증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일용근로자라 해서 ‘일만하는 로봇’은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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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제주도는 어떠한가. 관계 당국-업자-도민 모두가 인간 최귀의 인식 속에 안전 불감증에서 탈피해 있는가.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인명 경시풍조가 아직도 만연돼 있는 게 현실이고, 생명에 위협을 가하는 일들이 계속 일어나고 있으니 말이다.
이천 냉동창고 참사는 우리 입장에서도 결코 강 건너 불이 아니요, 남의 일 같지가 않다. 규모의 크고 작음에 차이가 있을지 몰라도 앞으로 제주도에서도 그러한 사고가 없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제주시 아라동에서도 최근 아파트 폭발 사고가 있었지 아니한가.
관계 당국서도 이천 참사를 계기로 다중 이용시설들에 대해 안전점검을 실시한다지만 그것이 일시적어서는 안 된다. 상시 점검체제를 갖추어 언제든지 필요할 때마다 안전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사업체에서도 ‘인간 최귀’의 인식을 복원, 인명 보호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리고 안전 진단은 꼭 대형 다중 이용시설에만 국한할 필요도 없다. 대소 건설 현장은 물론, 소규모 시설 등 사고의 개연성이 있는 곳은 모두 안전 점검 대상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특히 제주도는 관광-사회-복지-체육-문화-교육, 심지어 국제회의 등 다중 시설들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지역이다. 사전 사고 예방을 위해 철저한 관리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