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 휴가 때 가족들과 미국을 여행할 기회를 가졌다.
여행도중 두개의 충격적 사건에 부닥쳐 “나는 지금 대한민국에서 무엇을 하고 있나?”라는 물음에서 헤어나지 못한 체 태평양을 건너 왔다
사건의 하나는 “ 우도 다시는 안 가련 다 ”며 저명한 재미동포 시인 J 씨의 회한의 눈물이고 사건의 다른 하나는 “너는 위선자야!”라고 여행 중인 필자에게 매섭게 다그치는 재미동포 수필가 K 씨였다.
이들의 사연은 그들의 고국이자 고향에 대한 너무나 안타까운 외침이고 기대였다.
평안남도가 고향인 J씨는 가족과 더불어 1950년대 초 제주를 피난처로 하여 한국의 삶을 시작했고 제주에서 고교를 나온 후 대학을 서울에서 마치고 우도 연평 중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다. 그동안 그는 우도 바다와 그곳 흙과 돌 풀 한포기 톨(톳)과 미역 따는 섬 아낙들의 정겨움에 흠뻑 빠져 자신을 나아준 고향으로 여기며 살아왔다.
그곳 사람들을 미국으로 불러 견문을 넓혀 주기도하고 한국을 찾을 때 마다 도착의 첫발은 우도에 가 있곤 하였다. 그곳 학교에 그의 시를 보내 우도를 그리워했다.
그런 그가 3년 전 찾은 우도는 전혀 다른 땅이고 우도다운 내 음은 개발태풍에 휘말려 모두 달아나버린 것을 보았다. 그는 “우도사람들이 가난한 채로 살아야한다는 것이 아니다. 미래를 위해, 더 풍요롭게 살기위해 우도의 색과 맛을 더 진하게 냈어야했다. 지금 우도의 참모습은 태풍의 노한 파도에 휩쓸어 버린 듯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J씨는 그의 시집 "두개의 바다" 에서“나의바다는 대한민국 제주도 구좌면 연평리 소섬----,나는 나의 바다의 상(像)을 끌안고 무섭게 애무하고 있다” 며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수필가 K씨의 분노의 외침은 이런 것 이었다. 요즘 한국에선 미국 돈을 펑펑 쓰며 자식들을 미국으로 보내 어학연수를 시키는 부모들에 대한 분노의 외침이다.
그는 “자기가 누구인지, 그리고 나는 어떤 바탕에서 세계와 융합 할 수 있는지를 판단 할 수 있게 하는 기초적 국어와 국사교육도 안 시키면서 남의 나라 것, 남의 나라 말 만 배우게 하는 나라가 세계 어느 곳에 있느냐?” 며 “ 너는 지금 지식인이란 탈을 쓰고 버젓이 아이들을 대리고 견문 넓이기, 미국말 익히기를 위해 미국여행을 한다는 것이 위선이 아니고 뭐냐?”는 항의였다.
한사람은 무분별한 개발로 조국의 외형적 정체성의 망가짐에 대한 회한이고 한사람은 현재 한국의 지도자 지식인들이 강대국들이 “세계화”란 새로운 무기로 무장하여 약소국들을 위협하고 있는데 그 덫을 인식하기는커녕 벗어나려는 노력의 흔적도 안 보인다는 분노였다. 두 사람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이 망가지고 있다는 위기감을 말하고 있었다.
그들은 새로운 세계에 도전하기위해 이역만리 미국 땅에 건너와 가진 어려움과 수모를 싫다않고 한국인이란 정신적 지주 하나만으로 미국속의 한국을 키우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번 여행 중에 만난 이들의 회한과 분노는 필자의 가슴을 비수로 후려내는 것 같았다.
태평양을 건너는 비행기속 11시간동안 줄 곳 그들의 말을 되씹고 또 되씹으며 한국의 새벽시간 인천공항에 내렸다.
이날아침도 한국의 언론들은 정치인들이 민생보다 집권을 위해 헐뜯고 파산하는 국민들이 쏟아져 나온다는 시커먼 기사와 전파로 채워지고 있었다.
대한민국의 역겨운 새벽바람이 온몸을 휘감았다.
논설위원 신 상 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