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계층 구조 개편 문제를 주민투표로 결정할 모양이다. 도는 시·군 체제를 유지한 채 행정의 효율성을 높이는 이른바 ‘점진안’과, 시·군을 폐지하고 기초자치단체장을 도지사가 임명하는 ‘혁신안’을 놓고 주민투표에 붙이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행정계층 구조는 주민들에게 권력을 행사하기 위한 일종의 기술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것을 결정함에 있어서는 신중해야 한다. 행정계층 구조는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고, 주민투표에 붙일 것인가 하는 문제도 수준 높은 세론(世論)을 거쳐야 한다.
주민들의 찬·반이 갈리는 문제를 주민투표에 붙이는 것은 일응 합리적인 방법일 수 있다. 우리는 그것에 토를 달지 않는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주민투표가 만능일 수는 없다. 주민들이 주민투표에 붙여진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고, 자유로운 토론이 전제되지 않은 주민투표는 주민의사를 왜곡하는 또 다른 수단일 수 있기 때문이다.
본란이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하는 바와 같이 행정계층 구조 개편의 정당성은 그것 자체로서 완결되지 않는다. 그것의 형성과정에 주민의 참여가 실질적으로 확보되었느냐는 것을 대전제로 하여 판단해야 한다.
아무리 ‘국제자유도시’를 위해 그것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주민의 민주적이고 자발적인 참여를 바탕으로 하지 않고, 지나치게 목적에 얽매어 졸속으로 추진될 경우, 그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주민의 실질적 참여는 형식적인 주민투표로써 완결되지 않는다. 주민들이 주민투표에 붙여진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고, 그 뜻이 주민투표에 제대로 반영될 때 완결되는 것이다.
주민투표에 붙여 놓고 공청회를 한 두 번 열어 어물쩍거리다가 주민투표에 의해 찬·반의 논란을 일거에 해결하려는 전략은 주민을 기만하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오는 12월에 주민투표를 실시하려면 하루속히 구체적 안을 내놓아야 한다. 그리고 주민 설명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