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호 칼럼] 제주는 환경이다
[김광호 칼럼] 제주는 환경이다
  • 제주타임스
  • 승인 2008.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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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K.갈브레이드는 “현대는 너무나 많은 것이 불확실한 시대”라고 했다. 그러나 그도 “하나만은 확실한 것이 있다”고 지적 했다.

그것은 바로 핵 전쟁이 일어나면 인류는 멸망한다는 것이다. 그는 “서로 원폭을 투하하게 되면 작은 지구는 살아 남지 못한다” 고 했다.

그의 예측대로 핵은 현대사회의 가장 큰 위험 요인이 되고 있다. 그는 미래 경제 전망을 제시한 명저 ‘불확실성의 시대’에서 “현대사회에는 확고한 판단의 기준이 될 수 있는 경제철학이 부재한 불확실성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갈파했다.

실제로, 현대인들은 모든 것이 불확실한 시대를 살고 있다. 비단, 경제만이 아니다. 삶과 죽음, 행복과 불행, 부(富)와 가난 등 모든 게 확실하지 않다.

지구의 건재 여부도 마찬가지다. 갈브레이드는 원폭을 지구의 사망 요인으로 보았지만, 그 보다 더 큰 재앙을 불러올 수 있는 것이 바로 훼손되고 병든 환경이다.

만약, 갈브레이드가 핵 제거와 함께 환경의 중요성을 좀 더 강조했다면 인류는 지금처럼 언제 닥칠지 모를 지구의 재앙 앞에 불안해 하지는 않을 것이다.

지구 온난화는 가속화되고 있고, 이로 인해 수 천년, 수 만년 유지돼 온 남극의 빙하와 아마존의 숲은 하루가 다르게 무너지고, 사라지고 있다.

인간의 초극(超克)해야 할 것은 정신 세계만이 아니다. 전쟁과 핵을 없애고, 환경 보전을 삶의 최고의 가치로 삼아야 한다. 정신과 환경이 사라진 세계는 인간세계가 아닌 동물의 세계가 되고 말 것이다.

어리석은 사람은 자기가 하는 일이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명한 사람은 잘잘못을 분별할 줄 안다고 했다. 지금, 우리 사회는 현명한 사람보다 현명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지배하고 있다.

국민소득이 4~5만불이 되고, 선진국이 된다고 한들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환경에서 더 이상 무엇을 얻겠는가.

일찍이 카뮈도 “인간은 자기들이 자유롭다고 생각하지만, 천재(天災)나 전쟁이 있는 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태풍과 물난리와 지진 등 재해는 사람들을 불행에 빠뜨리고 목숨까지 앗아간다”고 했다.

하물며 천재에 대비할 생각은 하지 않고, 천재를 불러들이는 일들만 골라 하고 있으니 대재앙은 예견된 것이나 다름없다.

특히 제주가 제주다운 것은 살아있는 자연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제주를 서울화한다면 서울의 한 영역에 불과할 뿐, 제주다움을 잃게 되고 말 것이다.

1970~80년대 제주의 정취에 빠져 두 차례나 제주를 찾았던 ‘25시’의 작가 게오르규의 제주예찬론은 듣기 좋으라고 한 말이 아니었다. 그는 특히 도로변의 돌담을 제주만의 명물이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우리 만의 것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도민 의식은 마찬가지인 것 같다. 빌딩이 들어서고, 수 십개 골프장 시설도 모자라 중산간 곳곳에 관광시설물이 경쟁하다시피 들어서고 있다.

해안변도 옛날의 오밀조밀한 경관이 많이 사라졌다. 해안도로를 개설하면서 마을마다 지닌 괴석 등 수려한 경관이 훼손돼 기억 속 정취로만 남아있다. 이런 저런 개발이라는 미명아래 제주의 풍광은 하나 둘 씩 사라지고 있다.

따지고 보면, 지난 여름 제주를 휩쓸고 간 태풍 ‘나리’로 인한 피해 역시 천재에 인재(人災)가 겹친 재앙이었다. 천재든, 인재든 모두 대자연의 이치를 거스른 인간의 잘못에 있다.

바람은 부는 대로, 물은 흐르는 대로 갈 수 있게 해야 한다. 길을 잃은 바람과 물줄기가 찾아갈 곳이 어디겠는가. 사람이 사는 공간 뿐이다.

제주는 곧 환경이다. 서울다운 환경, 대규모 시설물이 들어선 환경이 아니라 원래의 자연이 살아 숨 쉬는 환경이다.

사면이 바다인 지리적 여건을 지니고 있어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할 경우 제주는 더 큰 피해지역이 될 수 있다. 새해 벽두 온 세계가 환경을 화두로 제시하고 있지만, 제주도는 강 건너 불 구경하고 있는 듯한 형국이다.

하긴 이러한 현상은 정부도 마찬가지다. 현 정부나, 정권인수위나 심각한 환경문제에 대한 대형 청사진은 내놓치 않고 있다.

경제회복과 청년실업난을 해결하는 것 못지않게 환경지킴이의 정부, 제주다움을 지키는 제주도의 환경정책 모두 중요하다.

제주도의 곶자왈 보전 정책도 미덥지가 않다. 개발의 논리가 앞서는 한 영구 보전은 불확실하다. 법원이 곶자왈 보전의 중요성을 더 인식해 개발에 제동을 걸고 있어 그나마 안심이다.

사회발전을 보장하는 것은 교육 뿐이다. 마찬가지로 제주의 환경을 잘 보전하려면 학교의 환경교육이 잘 이뤄져야 한다. 환경 전공 교사들을 전 학교에 배치해 환경교육을 심화시켜 나가는 일이 시급하다.

제주의 미래는 분명히 환경에 있다. 경제는 불확실할 지 몰라도, 제주의 환경이 제주 최대 자산인 것은 확실하다. 불확실한 것이 아닌 확실한 것을 지자체의 잘못된 환경정책과 교육청의 무지로 계속 간과한다면 제주의 환경은 미래가 없다.

김   광   호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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