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제주시 명품ㆍ명소브랜드개발추진위원회 위원 10여명과 함께 지난해 11월 27~30일까지 3박4일 동안 명품ㆍ명소 브랜드로 성공을 거둔 일본 큐슈(九州)지역의 도시 몇 곳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이때의 경험을 토대로 제주시 명품ㆍ명소 브랜드사업이 가야할 방향 등에 대해 짚어본다.(편집자 주)
△명품브랜드 개발사업 추진 현황=한ㆍ미FTA 등 농산물 시장 개방은 도내 1차산업에 큰 어려움으로 다가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역명품브랜드’ 개발사업이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책의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지역의 농수특산물을 소비자가 원하는 ‘가치’ 중심의 브랜드 상품, 이른바 명품으로 만들어 경쟁력을 강화하지는 것이다.
제주시는 지난해 2월 명품ㆍ명소 브랜드 개발사업을 추진하기로 결정하고, 7월에는 주민의견을 거쳐 8개 지역별로 1개씩 명품브랜드화 대상 품목을 선정했다. 한림읍 '손바닥 선인장', 애월읍 '브로컬리', 조천읍 '타이백 감귤', 구좌읍 '당근', 한경면 '향토마늘', 추자면 '참조기 굴비', 우도면 '땅콩', 아라동 '딸기' 등이 그것이다.
또 전략수립 기구인 명품브랜드개발추진위원회를 마케팅 전문가 등 21명으로 구성하는 한편 해당 지역을 순회하며 세미나를 개최, 사업에 대한 주민들의 이해와 공감대를 넓혔다.
제주시는 올해 1월 중 이들 특산물에 공동으로 사용할 브랜드 개발을 완료하고 2월부터는 명품브랜드 마케팅에 본격 돌입할 방침이다.
△브랜드 육성에 앞서 품질이 우선=최근 소득수준의 향상으로 건강 지향의 삶의 방식을 추구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이에 따라 가격이 조금 비싸도 품질이 좋고, 안전한 농수산물에 대한 수요도 커지고 있다. 명품브랜드 개발사업은 이 같은 트랜드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그러나 명품브랜드로 자리 잡으려면 가격에 비례한 품질을 소비자에게 인식시키는 것이 우선이다. 타 상품과의 명확한 차별화를 실현하지 못하면 브랜드는 한낱 상표명에 그치게 된다.
지역특산물에 대한 기능성 연구 등을 통해 그 가치를 높이고, 친환경농법 등 상품 생산과정의 차별화도 필수적이다.
특히 비규격 상품의 브랜드 출하를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 품질이 들쭉날쭉하면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농수산물의 명품브랜드 성패는 엄격한 품질관리 및 심사 기준을 정하고, 참여농가들이 이를 엄수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상품의 생산에서 판매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관리ㆍ감독할 주체도 확실히 정해야 한다.
일본내 농업마케팅 권위자로 꼽히는 우메자와 쇼타로(梅澤 昌太郞) 일본대학 상학부 교수는 “명품은 대량생산ㆍ대량판매 제품이 아니다. 농산물의 경우 상위 1%만을 브랜드 마케팅 대상으로 하더라도 기준미달 제품의 브랜드 출하를 차단하는 것이 소비자 신뢰 형성에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브랜드를 관리할 중립적 조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역주민의 자발적 참여 중요=명품브랜드 사업이 지속성을 띠기 위해서는 지역주민의 자발적 참여가 전제돼야 한다.
종전 ‘1지역 1명품 사업’처럼 자치단체별로 이와 비슷한 사업을 시행했지만 관(官)이 주도하다 보니 주민의 참여와 관심이 떨어져 흐지부지됐다.
주민들이 스스로 명품브랜드 마케팅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전략을 세워 일치단결해 추진할 때 비로소 이 사업은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리더의 강력한 리더쉽이 가장 중요하다. 일본의 대표적인 농촌 관광지인 큐슈 오이타현의 작은 온천마을 유후인(由布院)은 열정을 지닌 마을 지도자와 이를 지지하는 주민이 합심해 성공한 좋은 사례다.
인구 1만2600여명의 유후인은 1960년대만 하더라도 농업 위주의 한촌(閑村)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연간 500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관광지로 탈바꿈했다.
유후인의 관광산업은 1952년 중앙정부의 댐 건설 반대운동에서 비롯됐다. 막대한 정부의 수몰 보상금을 마다하고 주민 스스로 살길을 찾아 나선 것이다.
댐건설 반대 투쟁 최일선에 섰던 청년단체 지도자가 중심이 돼 ‘마을 만들기의 방향성’을 정하고, 주민들이 하나돼 이를 추진한 결과 오늘날 잘사는 마을로 변모했다.
제주시는 물론 “명품브랜드 개발사업과 관련해 행정은 기반시설 지원에 그치고 지역주민이 주체가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각 지역마다 통합 역량을 제대로 창출해 낼 수 있는지는 두고 볼 일이다. 차후 사업 성과에 따라 행정 지원을 차별화하는 특성화 전략도 염두에 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명품ㆍ명소 연계 필요=명품ㆍ명소 브랜드사업은 연계해 추진될 때 더 높은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마디로 각 지역으로 관광객을 오게 해서 명품화된 특산물을 판매하자는 것이다. 이럴 경우 물류비 절감은 물론 지역의 기반산업이 같이 성장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농수산물의 경우 전국 브랜드로 성장시키기에는 많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어느 정도의 인지도만 갖추면 현지에서 구입 또는 먹으려는 관광객이 증가할 것이고, 그러면 지역의 관광산업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 제주도는 특히 국내 최대 관광지여서 명품ㆍ명소 마케팅에 유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명품 마케팅 시 ‘장소 마케팅’도 병행해 추진하는 방안도 강구해 볼만하다. 지역특산물 생산ㆍ가공ㆍ판매가 관광과 연결되면 관광객 유치 증진을 통해 지역의 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현을생 제주시 자치행정국장은 명품브랜드 개발사업과 관련, “우리가 추구하는 명품브랜드는 농가와 생산자단체, 그리고 유통업체가 총합을 이뤄 전략을 세우고 마케팅에 나선다는 점에서 지금까지의 유수한 농수산물 브랜드와 확연히 다르다”면서 “사업 추진 이후 마을주민들이 스스로 소득증대 방안을 찾고, 마을발전계획 모색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현 단계까지는 성공작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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