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도 한 해를 정리하는 사자성어로 ‘자기를 속이고 남을 속인다.’는 뜻의 ‘자기기인(自欺欺人)’이 선정됐다. 교수신문이 지난15일부터 20일까지 교수신문 필진, 주요일간지 칼럼니스트, 주요 학회장, 교수협의 회장 등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하여 올해의 사자성어로 꼽았다.
자기기인은 ‘남을 속이는 것은 곧 자기를 속이는 것’인데 이것은 자신을 속이는 것이 심해진 것이라는 의미로 불경에서 자주 등장하는 사자성어다. ‘자기기인’에 가장 근접한 영어는 psychopath이다. 사전적의미로는 정신 정서적으로 불안한 사람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그러나 요즘 ‘사이코패스’는 사회 질서를 파괴하고도 죄책감을 못 느끼는 인간 또는 고장 난 마음, 양복을 입은 독사, 등등 가히 인간 흉기로 표현되고 있는 현실이다.
얼마 전에 신정아 학력위조 사건, 김경준 BBK 사건은 전 국민을 혼란의 도가니로 몰아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은 학력이나 자격증이 없으면 서슴없이 조작하고 나중에 드러날 것에 대비해 거짓 증명서까지 만들어 놓는다. 고학력에 번듯한 외모와 미모, 그리고 언변으로 지성적이고 당당한 매력까지 풍겨 같이 일하는 동료들까지도 사이코패스특성을 ‘리더십 요소’로 잘못보고 믿는 것이다. 그 분야의 전문가들도 드레스(dress)입은 독사(毒蛇)를 가려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거짓 학력이라는 증거가 나왔는데도 억울함을 하소연 하며 결백을 주장하는 전직 교수, 큐레이터는 진짜 사이코패스다. 몇 년 전 21명의 노인과 여성을 연쇄 살인한 살인범 유영철은 사람을 자인하게 살해해 놓고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고 다음 살인을 태연하게 저질렀다. 겉은 멀쩡한데 극악한 죄를 저질러 놓고도 죄책감이 없는 유영철 같은 사람을 두고 전문가들은 ‘고장 난 마음의 소유자’ 즉 자기기인(自欺欺人 psychopath)이라고 부른다. 미국의 연쇄 살인범90%가 ‘사이코패스’라는 보고가 있다. 미국의 산업심리학자 플 바비악은 그의 저서 <직장으로 간 사이코패스>에서 사이코패스들은 어두운 뒷골목만이 아니라 우리주변의 번듯한 직장을 가진 화이트칼라 계층에도 있다고 했다. 충격적인 말이다.
그런데 사이코패스들의 자기를 속이고 남을 속였다고 치자, 이 건 법으로 해결 할 수 있는 문제다.
그러나 사이코패스의 한마디로, 이들의 한 행동으로 국민과 세상을 속인 죄에 대한 치유는 어떻게 해야 되는 것인가? 방법이 없는 것일까? 조금 과장된 생각인지 모르지만 이익단체, 정치권에서 이분법으로 상반된 주장으로 소비자의 이익은 안중에도 없고 자기 이익 챙기기에 급급해서 그런지 모르지만 상대방을 무자비하게 공격하고 음해한다.
금년에 일어난 우리주변의 갈등이 모두 그렇다. 관음사 주지임명 파문이 그렇고 해군기지 건설파문이 그렇다. 양쪽모두 제주미래를 위해서 사생결단을 한다는 것이다. 조금기간이 지난 일이지만 의사협회와 약사협회는 상극이다. 양쪽모두 국민의 건강을 위해서 목숨을 걸고 싸운다는 것이다. 목표는 하나인데 왜 상극이 되는 것일까?
이들도 단정한 드레스를 입은 B급 사이코패스라면 과장된 생각일까? 다큐멘터리 TV프로그램에서 본 내용이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이코패스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 기업, 학교 등 여러 조직에서 사이코패스 소질을 가진 사람을 비판하는 자료들을 볼 수 있다. (물론 패자의 변명일 수 있지만) 경쟁자를 무자비하게 공격하고 음해함으로써 자신은 ‘추진력 있는 인물’로 비쳐 고속출세 하는 자도 있다. 이건 승리의 콤플렉스다.
승리자만이 영웅으로 추앙받는 사회에서는 사이코패스가 활개 칠 것이다. 자기만 이기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그들의 후안무치(厚顔無恥)를 제어 할 수 있는 수단은 무엇인가, 바로 ‘냉정한 머리와 따뜻한 가슴’의 힘이 아닐까.
이런 흉포(凶暴)한 사이코패스의 야성(野性)마저 감싸 안을 넓고 따스한 가슴이 살아 움직이는 한 자기기인(自欺欺人)이 설 자리는 없기 때문이다.
김 찬 집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