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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제주교육대학교 학생들은 누구를 막론하고 내일의 선생님들이다. 그것도 제주도의 미래를 짊어질 어린이들의 교육을 담당해야 할 초등학교의 교사가 될 사람들이다. 이렇듯 중요한 위치에 서 있는 제주교육대학교 학생들이 제주대학교와의 통합문제를 둘러싸고 오랫동안 수업을 거부함으로써 집단 유급위기에 이르렀다니 앞으로 제주도의 제2세 교육을 위해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 학제 상 중요하지 않은 학교교육이 하나도 없다. 초-중-고-대학 모든 교육이 나라의 장래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열 살 미만에서부터 10대 초반에 걸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초등학교 교육이야말로 그 어느 학교 교육보다도 그 중요성에서 우위에 있다. 지식을 전수 받는 학습에서부터 성격 형성과 정서함양 등 초기인격형성에 이르기까지 결정적 영향을 주는 게 어린이에 대한 초등교육이기에 그렇다.
특히 입시 위주, 취업 위주, 기술 위주, 전문화 위주의 우리 교육제도 하에서는 그나마 초기 전인교육에 접근할 수 있는 교육이 바로 초등학교 어린이 교육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일의 어린이 교육을 담당할 교대 생(敎大 生)들이, 이유야 어떻든 장기간 수업을 거부, 유급 위기에 놓여 있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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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수업을 거부하는 학생들에게도 그럴만한 이유가 없지 않을 줄 안다. 자신들에게 ‘선생님의 길’을 가르쳐 주는 정든 모교를 다른 대학에 통합한다는 것은 마음 아픈 일이다. 원칙적으로는 수긍할 수 없는 일이다.
아마도 누가 교대생의 입장에 서 있든 그것을 섣불리 찬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통합추진과정에서 정부나 대학 당국이 통합의 정당성을 학생들이 납득할 수 있게 제시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해당 대학 총장이나 교수들이 통합 반대 학생들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저질렀을 지도 모른다.
‘제주교대 통폐합저지 비상대책위원회’가 발표한 성명을 통해서도 그러한 점들을 감지할 수가 있다. “통폐합 일정변경”을 요구하는가 하면, “날치기투표”, “교직원 외압”, “폭력 총장 옹호” 등을 규탄하고 있는 것 등이 그것이다. ‘통합저지 비대위’ 측이 “불분명한 내용들이 풀릴 수 있도록 대토론회를 제의하고 있는 까닭도 거기에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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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제주교대생의 계속된 수업거부로 인한 집단 유급 위기사태를 보면서 그 잘 잘못이 정부-학생-대학 중 어느 쪽에 있든 시비를 걸 생각은 없다. 3자 모두 2세 교육을 위해, 혹은 모교와 초등교육의 발전을 위해 각자가 상반된 주장을 내세우고 있을 뿐, 교육자체를 부정하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누구의 옳고 그름을 떠나 어떤 상황이 전개되더라도 학생들의 신성한 수업 받을 권리와 의무를 침해 하거나 거부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싶을 뿐이다.
교대 생들이 수업을 거부한지 장장 60일을 넘기고 있지 아니한가. 이대로 가다가는 집단 유급을 면하기 어렵게 되었다.
우리는 학생들에게 어떤 일이 벌어지더라도 수업을 받을 권리와 의무는 꼭 지켜 달라고 고언(苦言)한다. 만약 교대 생들이 끝내 유급의 길을 택한다면 그것은 학생 본인들뿐만 아니라 학부모-학교-도민 모두의 손실이다. 아니 그것보다도 몇 년 뒤 제주도의 어린이 교육, 초등교육, 더 나아가 도내 중-고-대학 교육 등 전반에 걸쳐 차질이 생긴다.
국토가 초토화 하던 6-25전란 때도 임시수도 부산에서 천막 수업으로 학생들이 수업 받을 권리와 의무는 지켰었다. 오늘의 교대 생들은 내일의 선생님들이다. 어린이들을 위해서라도 수업만은 거부하지 말기 바란다. 반대 투쟁을 하면서 수업을 받는 길도 있지 아니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