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ㆍ長考속 일단 '투표'로…
고민ㆍ長考속 일단 '투표'로…
  • 고창일 기자
  • 승인 2004.0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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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광역 7기초' 제3안도 제시
김태환 도정이 시작된 후 가장 큰 시험을 거치게 됐다.
1981년 서귀포시가 남제주군에서 분리되면서 모습을 갖춘 현재의 1광역 4개 시.군체제가 24년만에 다시 모양을 달리하게 될 전망이다.
도는 "하지 않을 명분이 없다"며 강한 의지를 보이는 반면 막상 손을 대려고 보니 마치 '뜨거운 감자' 꼴이다.

국제자유도시계획을 위해서는 반드시 '행정계층구조의 개편'이 필요하다.
더욱이 지난달 제주를 방문한 노무현대통령도 '의지를 보여야 지원도 있다'라는 표현으로 우선 제주도가 먼저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바꾸긴 바꿔야 하는 데 방법이 얼른 떠오르지 않는 것이 제주도가 빠진 딜레마로 도정을 이끄는 김태환 도지사가 풀어놓을 보따리에 도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점진안대 혁신안
제주도종합개발계획의 특별자치계획의 최적 대안을 보면 단기적으로는 현재의 1도 2시 2군 체제를 유지하되 현행체제의 보완적 관점에서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간의 사무배분을 명확히 함으로써 책임성 확보, 업무의 중복성.비능률.방만한 경영의 극소화를 도모해야한다고 밝히고 있다.
바로 점진안이다.

그러나 지방자치제도가 실시된 이후 이를 바라보는 도민들 대부분은 사실상 그 효율성에 의문을 품고 있다.
인구 55만의 작은 지역에 도의회, 시의회, 군의회 등이 왜 따로 필요하냐는 것이다.
예산은 물론 행정력의 낭비를 초래한다는 지적이다.
제주개발연구원은 도 용역을 통해 1개 광역 체제로 갈 경우 연간 1000억원의 예산을 절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혁신안이 '효율성'만 놓고 보면 타당성을 얻고 있다.
반면 자치단체장을 중심으로 일부 정치인들은 이 안을 '풀뿌리 민주주의의 후퇴'라고 못박고 있다.
이 달 초 강상주 서귀포 시장은 "시.군 폐지는 기초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처사"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강시장은 "단층제로 갈 경우 지금의 교부세를 받을 수 없어 행.재정적 불이익만 초래하게 된다"면서 오히려 "우리나라 행정구조에 맞춰 시.군조직을 확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강원철 도의원은 "민주주의의 핵심은 지방자치의 완성에 있다"며 "1광역체제에 7개 정도의 지자체를 두는 게 합리적"이라면서 "일본의 경우 인구 3만5000명 정도의 지자체를 운영, 직접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의 입장
강택상 기획관리실장은 "지금도 많은 데 더욱 늘리자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며 "딱히 혁신안이 옳다고 보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의 행정계층구조는 개편하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결국 도는 점진안과 혁신안을 두고 오는 연말 도민에게 '양자택일'을 구할 수밖에 없다.

이 방안을 택한 이유는 한 가지 안으로 찬.반을 물으면 투표결과와 반대 입장에 있는 도민들의 반발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러나 도가 잠정 결정한 두가지 투표방식은 제3의 안을 주장하는 일부 도민들의 강력한 반발을 사기 십상이다.

아무리 소수라 하지만 '선택권을 박탈'하는 선거란 있을 수 없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한가지 특정안으로 찬반을 물을 경우 반대로 의견을 표시하면 되지만 둘 중 하나만 꼽으라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미뤄질 가능성은.
도의 공식적 입장은 '연말 투표'로 마무리 짓는다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김지사의 '돌다리도 두드려 보는'정치 행보를 감안하면 도민 설명회 등을 열면서 여론 추이를 살피다 여의치 않으면 다음 선거 공약으로 삼고 넘겨버리는 경우의 수도 배제 할 수 없다.

선거직인 도지사는 정치와 행정을 아울러야 하는 '복합영농인'이다.
과거 임명직이라면 중앙정부의 뜻이라고 밀어 부치면 그만이었지만 지금은 4년에 한번 도민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더욱이 보궐선거로 도지사에 오른 만큼 2년 후 다시 '선거전'에 나서야 한다는 당위성이 김지사의 걸음을 무디게 할 가능성도 크다.
다음 선거에서 도전 후보는 반드시 김도정의 '행정계층구조개편'을 문제 삼을 것으로 여겨지는 탓에 반대 여론을 최대한 잠재워야 한다는 부담감이 클 수밖에 없다.

▲시험대에 오른 김도정
행정계층 구조는 한번 바꾸면 당분간 다시 논의 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일이다.
여기에 4개 시.군 폐지 등을 요구하는 혁신안은 제주도민의 삶의 모습을 한번에 변화시킬 정도의 위력을 지니고 있다.
여론이 분분한 것도 어쩌면 당연하다.

국제자유도시실현 및 '의지가 곧 지원'이라는 대통령의 발언 등이 행정계층구조개편을 김도정의 '피할 수 없는 길'로 만든 가운데 도는 도대로 제주도의 발전을 꾀할 수 있는 최적안을 유도해내야 한다는 것이 도민들의 지적이다.

도민들은 "당장의 손해 득실을 따지기보다는 제주의 백년대계를 가늠할 수 있어야 한다"며 취임 후 가장 큰 문제에 직면한 김도정의 발걸음을 관심 깊게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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