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시평] 아득하기 만한 민주주의 언덕
[세평시평] 아득하기 만한 민주주의 언덕
  • 제주타임스
  • 승인 2007.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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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나라 여의도여

모 음식점에서 개최된 망년회에 참석하였다. 옆방이 너무 시끄러워 젊은이들 보고 조용히 대화할 수 없겠냐고 하였더니 대답이 가관이었다.

“저희들은 신사적으로 회의하고 있습니다. 여의도에 가 보십시오. 서로 멱살을 잡고 늘어지는 꼴 TV에서 안 보셨습니까.”

“이 사람들아 여기는 청정지역 제주도가 아닌가. 왜 우리가 여의도와 비교해야 하는가. 비록 재주는 없지만 제주인의 긍지를 살립시다…….”라는 말을 했더니 모두들 박수치며 조용해졌다. 기왕 대화를 나누었으니 약주나 한 잔 하십시오. 하며 권하기에 “주(酒)는 주(give)니까 먹는 걸세…….”라는 말과 함께 한잔을 쭉 마셨다.

회식 시간에 어느 여성회원께 잔을 권했다. 그 분이 꺼려하기에 나는 병권을 잡았는데……. 소리치며 강요했더니 기상천외의 반문이 나왔다.

“회장님이 병권을 잡으신 것을 축하합니다만 ‘잔권’은 무시해도 되는 겁니까…….”

황진이를 연상케 하는 지혜로운 답변에 풀뿌리 민주주의를 망각한 나의 작태를 정중히 사과드렸다.

한강에 떠 있는 여의도 하늘을 나는 비행기가 이착륙했던 곳 이제는 방방곡곡에서 모여와선 곡곡방방 얘기만 하고 있구나. 저들의 작전계획은 진전 없는 후퇴뿐이다. 여위어가는 여의도여 모두가 한 마음이 될 날은 아득하기만 하구나 깨어나 다오 여의도여 위대한 거짓말 그 꼬리가 길어지고 있다. 이제는 사분오열의 분열방정식 해법 찾아 나서주시길 간절히 기원 드립니다.

이 순신 장군의 백의종군

제주대학교 양중해 교수님이 정년퇴임 식장에서 답례사를 통해 하신 말씀이 떠오른다.

“왜 이리 많이 모여오셨습니까, 저는 오늘 퇴직하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다만 정부에서 대학교수직만 멈추게 했을 뿐입니다. 저는 죽는 날까지 영원한 교육자로서의 백의종군할 계획 입니다…….”

참으로 원로 교육자다운 말씀이다.

“한산섬 달 밝은 밤에 수루에 홀로 앉아 큰 칼 옆에 차고 깊은 시름 하는 적에 어디서 일성호가(피리소리)는 나의 애를 끊나니.”

수많은 외적을 무찌른 이 순신 장군은 참소로 인해 옥중생활까지 하게 된다. 그러나 조국수호를 위해 백의종군한 성웅 이 충무공이야말로 우리 민족의 영웅이다. 제대, 퇴임, 퇴직이라는 용어는 그 의의가 상실될 정도다.

오늘날 정치라는 무대는 반목과 대립뿐이다. 계속되는 폄하, 비방의 물결뿐이다. 입에선 쓰레기만 쏟아내고 있다. 서해안에 떠 있는 유류덩어리 보다 더한 오염의 물결만 일렁거리고 있다.

정치의 물결은 모두가 이상향을 향하고 있지만 그 소망이 이루어지지 못하였을 때의 태도가 더 중요하다. 백의종군할 각오가 되어 있는 자만이 민주적인 인물이다. 그렇지 못한 현실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한용운 선생의 복종

“남들은 자유를 사랑하지만 나는 복종을 좋아해요…….”라는 한용운 선생님의 시구절은 우리 민족의 정서를 그대로 표출하고 있다.

지금 대선에 출마한 12분 중에 복종이라는 말이 지나치다면 승복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분이나 될까, 대선일인 19일 보다 20일 이후가 더 중요하다고 하겠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서 낙선자가 당선자와 악수를 하며 ‘축하합니다’라는 한마디가 전 국민에게 민주언덕을 세워 놓은 것입니다. 대선이든 소선이든 투표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다수의 결정에 따르는 민주적 마음의 자세다.

링컨 대통령이 말한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국민의 정치는 이 지구상에서 멸망하지 않는다는 명언을 떠올려본다.

저는 서민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훌륭하신 정치인들에게 간곡한 부탁의 말씀을 올립니다.

한용운 선생님의 시구절을 떠올려 주십시오. 국민의 다수결의에 승복을 하여주십시오. 승복 받기를 좋아하면서 승복할 줄 모른다면 이중인격자입니다.

당선자에게 승복하는 지혜를 보여주십시오.

국민의 다수득표에 의한 대통령 당선자에 대해서 반대당의 시비가 오간다면 한반도의 민주주의 언덕은 암울하기만 할 뿐입니다. 대선 경기의 심판은 국민입니다. 심판의 결정에 따르는 건전한 스포츠 정신을 발휘하여 주시길 엎드려 비나이다. 제발 대선 정치전쟁은 종결 지우고 세계로 나갈 경제전쟁을 펼쳐주십시오.

문   태   길
제주금빛평생교육봉사단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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