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뜨르 비행장 유해 발굴 마무리
정뜨르 비행장 유해 발굴 마무리
  • 임창준
  • 승인 2007.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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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ㆍ3때「양민들의 집단 학살터」증언 확인
제주 4.3 당시 도내 최대의 학살터로 알려진 곳중의 하나인 옛 정뜨르 비행장(현 제주국제공항) 학살. 암매장 추정지역에서 출토된 유해와 유류품의 발굴 수습이 마무리됐다.

제주4.3사건 당시 제주시 '정뜨르비행장'(현 제주국제공항 구역내)이 양민들의 집단학살 터였다는 주민들의 증언이 60여년만에 진행된 유해발굴작업을 통해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제주특별자치도의 의뢰로 지난 8월부터 제주공항에서 4.3희생자 유해를 발굴해온 제주대학교와 제주4.3연구소는 15일 현장설명회를 통해 "남북활주로 서북쪽 지점에서 4.3사건 당시 민간인들을 총살하고 암매장했던 길이 32.4m, 폭 1.2-1.5m, 깊이 0.9-1.2m의 구덩이를 찾아냈다"고 15일 밝혔다.

발굴팀이 비행장 부지 1만1천㎡에 대한 발굴작업을 통해 찾아낸 이 구덩이에서는 두개골을 기준으로 최소 개체수 54구의 유해와 유류품 500여점이 뒤엉켜진 채 발견돼 당시의 학살이 무차별적으로 이뤄졌던 상황을 뒷받침했다.

그러나 학살.암매장 현장은 지난 1985년 공항시설 공사로 암매장 구덩이의 3분의 2 정도가 파괴돼 유해와 유류품 상당수가 주변으로 흐트러지면서 심각하게 훼손됐다.

제주4.3연구소 유해발굴팀 박찬식 연구책임자는 "유류품 중에는 희생자와 유가족 신원확인에 결정적 단서 역할을 할 수 있는 '熙銓', '梁奉錫'이라고 새겨진 도장 2개를 비롯해 M-1과 카빈 소총의 탄두와 탄피 등도 나왔으며, 탄피의 로트번호(제조 일련번호)는 화북동 소재의 학살.암매장 지역에서 발견됐던 것과 일치했다"고 설명했다.

발굴팀은 '민간인 등이 학살.암매장된 구덩이가 당시의 실체를 증명하는 단서이자 4.3사료 콘텐츠로 활용할 가치가 높다'는 4.3중앙위원회 소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이를 4.3평화공원내 사료관에 이전한 뒤 그 곳에서 발굴.수습된 유해와 유류품을 복제해 전시할 계획이다.

또한 발굴된 유해는 제주대 의과대학으로 옮겨 법의학적 감식과 유전자 감식작업을 통해 신원확인 절차를 진행하고, 추정되는 유가족을 대상으로 한 가계도 조사와 채혈도 병행할 방침이다.

한편 일제가 제주 도민들을 강제 동원해 조성한 '정뜨르비행장'에서는 1949년 진압군이 군법회의를 통해 사형선고를 내린 249명과, 한국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8월 불순분자 색출을 명분으로 진행한 예비검속 연행자 500여명이 집단 학살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제주도는 4.3사건 경험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희생터 66개소 가운데 집단 학살된 뒤 암매장됐을 가능성이 높은 11개소를 선정, 지난해부터 2009년까지 4년간 국비 43억원을 들여 유해발굴사업을 벌이고 있다.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에는 제주4.3사건을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1948년 4월 3일에 발생한 소요사태 및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 충돌과 진압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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