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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 천지연(天地淵)은 중문 천제연(天帝淵), 성산일출봉, 한라산 국립공원, 그리고 협재굴 등등과 함께 제주도 유수(有數)의 유명관광지이자 문화재 지구이기도 하다. 천지연을 철저히 보호-보존하고 관리해야 할 이유는 아마도 서귀포시 등 관계 당국이 그 누구보다도 몇 배 더 잘 알고 있을 줄 믿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지연 관리가 제대로 안되고 있다는 것은 누구인가가 잘못 하고 있다고 말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그에 대한 책임은 당연히 행정 당국에 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물론 천지연은 관광지이기 전에 자연 경관지인 데다, 문화재 지구이다. 때문에 관계 당국으로서도 중앙의 승인 절차를 밟아야 하고, 예산 절충을 해야 하는 등 어려움이 있을 줄 안다. 설사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현재의 관리 상태는 너무나 엉망이다. 보호-보존-관리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섰더라면 지금보다는 훨씬 나아질 수도 있었지 않나 하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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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불어 닥친 제11호 태풍 ‘나리’의 피해 시설물 방치만 해도 그렇다. 당시 호안과 노견 등이 유실됐고, 연못 부근에 퇴적물이 쌓였지만 원상 복구를 못하고 있다. 호수 익사 사고 방지를 위해 마련했다고 하는 2개의 구명환(救命環)도 사정이 비슷하다. 그 중 1개가 파손돼 사실상 비상시에는 이용을 할 수 없게 된 모양이다.
특히 천지연 계곡 동-서 양쪽의 절벽 절개(切開) 지역에는 낙석으로 인해 관광객의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다고 한다. 안전철망을 설치하긴 했으나 심하게 훼손됐을 뿐만 아니라, 지지대를 지탱해 주는 강선까지 끊어진 상태여서 낙석으로부터 탐승객(探勝客)을 보호해 주기가 어려운 형편이라는 얘기다. 적어도 유명관광지라면 신변상 안전의 위협만큼은 절대로 받아서는 안 될 일 아닌가.
심지어 조금만 신경 쓰면 될 안내 시설까지 부족하다는 소식이다. 이를테면 천지연 부근 주차장에서 폭포 입구에 이르는 구간에 안내 동선이 없어 렌터카를 이용해 이곳을 처음 찾는 손님들은 길을 제대로 찾지 못해 우왕좌왕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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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서귀포천지연은 중요한 일에서부터 사소한 일에 이르기까지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이러고서야 어떻게 천지연을 제주 유수의 유명관광지라고 내세워 자랑할 수가 있단 말인가.
서귀포 천지연은 연간 13만 명 이상의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그들 중에는 외국인 손님도 상당 수 포함돼 있다. 만에 하나 낙석사고로 인명 피해라도 발생했다고 생각해 보자. 그때는 천지연뿐만 아니라 제주도의 위신이 말이 아닐 것이다.
관광객들에 대한 신변안전은 천지연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도내 어느 관광지에서든 가장 철저히 지켜져야 할 사항이다.
서귀포시 당국은 가능한 빨리 천지연 관리 대책을 수정 보완해서 적어도 낙석에 의한 인명 사고는 완벽하게 없애야 한다.
그리고 문화재청의 사전 승인과 예산 확보 등 절차상의 문제가 없지 않겠으나 적극적인 절충을 벌여 태풍피해 복구도 속히 이루어지도록 힘써 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