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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가 현실로 다가서고 있다. 감귤가격 폭락과 처리난이 그것이다.
최근 도매시장에서의 감귤 가격이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수준으로 떨어지고 그나마 소비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감귤 가격하락과 처리난 걱정은 지난 5월경부터 이미 농민들과 일부 농업기술 관련 당국사이에서 심각하게 거론됐었다.
나무에 달렸던 감귤 꽃이나 열매가 어느 때보다 많았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으로 올해 산 감귤 생산예상량은 최소 65만 톤에서 70만 톤을 육박하거나 웃돌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이는 바로 올해 산 감귤가격폭락의 전조현상이었고 감귤처리난의 경고음이었다.
그래서 과감한 열매솎기나 간벌을 통해 감귤 생산량을 60만톤 이하로 끌어내리고 그 중에서도 철저한 선별을 통해 비상품 귤을 소비시장에 내놓지 말아야 한다는 주문이 이어졌었다.
우리도 이를 근거로 기회 있을 때마다 감귤 생산량을 55만톤 이하로 끌어내려야 우려되는 감귤 처리난을 극복 할 수 있다고 농정당국과 농민들에게 권고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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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농정당국이나 생산자 단체 등에서도 활용가능한 공무원 조직 등을 동원, 열매솎기나 간벌 등 생산량 조절에 혼신을 다해 왔다. “공무원들이 감귤 머슴이냐”는 자조와 비판에도 그랬다.
공무원들이 고유 업무를 제쳐놓고 감귤원 간벌, 열매솎기, 비상품 감귤 지도단속, 유통명령 위반 사례 단속 등에 동원됐고 실적 부진에는 인사 조치까지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처럼 전면적인 공무원 동원에도 불구하고 감귤가격이 안정되지 않고 그 처리 역시 불투명하고 있는데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
행정의 독려와 지원, 그리고 공무원들의 노고가 농민들에게 먹혀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농민들로서는 애써지은 감귤을 한 알이라도 아까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규격 외 감귤을 슬그머니 유통시키거나 중간 상인들의 유혹에 편승하여 비상품 유통을 묵시적으로 동조하고 있다.
이런 한 알의 아쉬움과 중간상인들의 유혹이 결국은 올해 산 감귤처리 대란의 원인을 제공한 것이다.
따라서 이런 문제에 대한 1차적 책임은 분명 생산농민들의 몫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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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농정당국의 책임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짐작하건데 농정당국은 올해 산 감귤 처리를 낙관했었던 것 같다. 지난 3차례의 감귤유통조절 명령제의 효과가 올해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안이함 때문이다.
감귤유통조절 명령제가 감귤 생산량 조절과 가격지지에 강력한 수단으로 작동할 것이라고 착각하지 않았나 싶다.
그러나 현실은 생각대로 되지 않고 있다. 감귤유통명령제가 과잉생산을 견제하지도 못하고 있고 비상품 유통에도 힘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그러자 당국은 뒤늦게 화들짝 감귤 소비 촉진 운동 등 뒷북치기에 나서고 있는 형국이다.
감귤 소비를 촉진시킨다면서 감귤을 사서 각처에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는 감귤 소비 촉진이 아니라 오히려 감귤 소비 축소 운동이다.
공짜로 감귤을 받아먹는데 누가 돈 주고 감귤을 사서 먹겠는가.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비상품 귤을 아예 산지에서 폐기하는 일 뿐이다. 생산량을 줄이고 고품질만 내놓는 일이다. 농민이 스스로 정신을 차려야 할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