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망만 안겨줬던 1차 TV 토론
오늘(11일)저녁 17대 대통령후보 두 번째 토론회가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마련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별무관심(別無關心)이다. 관심이 없을 뿐 아니라 냉담 쪽에 가깝다. 냉소를 보내는 이들도 있다.
대통령 선거일이 일주일 밖에 남지 않는 상태인데도 그렇다.
원인을 말하자면 많다. 그중 지난 6일에 있었던 1차 TV토론의 실망을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실망의 학습 효과’라는 것이다.
TV 시청률이 높은 황금 시간대에 편성된 토론회였지만 흥미를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리적 공평성과 형식적 형평성에만 몰두하여 진행하다보니 유권자에게 유익한 정보를 주지 못했다.
후보자나 정당의 비전이나 정책, 능력, 자질을 검증받고 비교하는 자리가 되지 못했다. 남의 약점 캐기에만 급급한 네거티브 공방으로 정책토론은 설자리를 잃어버렸던 것이다.
그래서 오늘 저녁의 2차 TV토론도 “그들만의 ‘악다구니’로 끝날 것”이라는 지레짐작이 흥미를 반감시키고 있는 것이다.
흑색 음해 영역에서 벗어나야
대통령은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직업인이다. 구태여 말하자면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문화적으로 국민에게 만족과 안정감을 주고 미래 비전을 통해 흐뭇한 꿈과 희망을 안겨주며 실천하는 지도자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들이라면 최소한 이러한 덕목을 키우려는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
그래서 국가적 사회적 의제에 대한 국민의 소리를 귀담아 듣고 이를 국익과 나라 발전의 동력으로 충전해야 한다.
그런데도 “내로라”하는 대선 후보들은 국민의 목소리를 미래의 동력으로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다. 미래를 위한 동인(動因)을 만들기 보다는 과거에 매몰되어 스스로의 정체성까지 함몰 시켜버리고 있다.
남을 인정하고 아름다운 경쟁을 통해 국가 미래상을 제시하기보다 남을 끌어내려 인신공격으로 증오의 씨앗만 뿌리고 있어서다.
오늘 저녁의 대통령 후보 TV토론은 그래서 이 같은 음습한 흑색선전의 영역에서 과감히 탈출해야 할 것이다.
국가비전과 정책의 핵심과제를 놓고 국민에게 설명하고 설득하면서 구체적 실천계획을 통해 평가를 받아야 한다. 이것이 국민이 바라는 토론회다.
문제는 過보다는 改過遷善
다른 사람을 욕하고 끌어내려 창피나 주려한다면 이는 이미 지도자의 덕목을 잃어버린 것이다.
누구든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절대적 청정 공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살다보면 악의 유혹에 빠질 수 있다. 잘못을 저지를 수도 있다.
문제는 잘못이라기보다 이를 얼마나 통절하게 반성하느냐에 있다. 뼈저린 반성을 통해 얼마나 개과천선(改過遷善)하느냐다.
이미 2200여 년 전 노(魯)의 좌구명(左丘明)도 춘추사(春秋史)에서 “사람이 뉘라서 잘못이 없겠는가, 잘못을 저질렀으되 이를 고쳐 나갈 수만 있다면 이보다 훌륭한 일은 없다”(人誰無過 過而能改 善莫大焉)고 했다.
그렇다고 파렴치하고 부도덕한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아도 괜찮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너는 더럽고 나만 깨끗하여 절대 오류(誤謬)가 없다”는 식의 ‘무오류의 오류 성’을 일깨우기 위함이다. 그것은 독선과 오만의 씨앗이기 때문이다.
오늘 대선 후보 TV토론회가 상대 흠집 내기에서 벗어나 “누가 얼마만큼 국가 저변의 염원을 국가 비전으로 집약시켜 희망의 미래로 국민을 이끌어가는 지도자로 인정받느냐“는 생산적 토론을 해야 한다는 당위를 말하고자 함이다.
김 덕 남
주필